실은 흔하디 흔한 게 나다. 지각의 8%를 차지하고, 산소와 규소에 이어 셋째로 많다. 다만 보크사이트에서처럼 다른 원소와 결합되어 존재한다. 나는 1825년에 처음 분리·추출됐지만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태부족했다. 그 후 60여 년간 이 상황이 이어졌다.
근년 들어 나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배터리 장착으로 무거워진 전기차를 중심으로 감량을 위해 나를 더 활용하고 있다. 원자재시장 분석회사 코리아PSD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 한 대당 투입량은 2006년 121㎏에서 지난해 205㎏으로 약 70% 늘었다.
나는 대개 알루미늄(aluminium)이라고 불린다. 리튬과 마그네슘, 칼슘 등 여러 원소의 이름과 ‘ium’ 돌림자가 같다. 미국인들은 나를 알루미넘(aluminum)이라고 부른다. 이는 내 ‘은인’ 홀이 광고 문안에서 낸 오타에서 비롯됐다. ‘um’으로 끝나는 이 별칭도 나쁘지 않다. 백금 플래티넘(platinum)과 같은 항렬이니. 이름이야 어떻거나. 세상 곳곳에서 내가 더 요긴하게 두루 쓰이게 되면 그만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