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퇴사율(총 고용에서 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월까지 석 달 연속 2.3%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3%에 달했던 수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둔화한 것이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제약회사 페링제약 등 기업은 올해 들어 퇴사하는 직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미 고용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점도 한몫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9월 3.8%에서 지난달 3.9%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1월(4%)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자발적인 퇴사가 줄면서 미국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은 퇴사·이직을 통한 기업의 인력 재배치가 한국보다 활발한 편이다. 페링제약의 퍼 테일러 인사 담당 부사장은 "이직이 있어야 성과가 높은 직원에게 승진 기회가 생기고, 유능한 새 직원을 영입할 수 있다"고 짚었다. WSJ은 "이직률이 급격히 낮아진 일부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추가 인원을 감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월가에서는 감원을 결정하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CNBC는 현재 임직원이 24만 명인 씨티그룹이 최소 10%의 인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이 이뤄지면 월가에서 수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인원 감축이 된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몇 달간 정리해고를 진행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산토마시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퇴사자가 적어 내년에도 추가적인 퇴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감원을 피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몸집 줄이기'로 선제적인 비용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