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가 사랑하는 소설가, 김초엽(30)의 두 번째 장편 『파견자들』(퍼블리온)이 최근 출간됐다. 정체불명의 곰팡이가 지구를 집어삼킨다는 설정의 디스토피아 SF소설이다. ‘SF 스타’라는 수식어를 증명하듯 출간 직후 대형 서점들의 소설 부문 판매량 톱5에 이름을 올렸다. 김초엽을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지난 1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전작보다 역동적인 분위기다.
- “좀 더 대중적으로 읽히길 바랐다. 전작은 정적인 가운데 감정이 일렁이는 작품이었다면, 이번에는 파견자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적극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길 원했다.”
- 분위기를 바꾸는 게 힘들진 않았나.
- “회사원처럼 매일 공유 오피스로 출근해 소설 작법 책을 읽었다. 늘어지는 장면들을 쳐내고 인물이 더 매력적이도록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 덜 학구적이다.”
- 곰팡이로 뒤덮인 지구는 어떻게 나온 발상인가.
- “첫 시작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이었다. 버섯은 곰팡이의 일종인데, 생태계에 여러 이로운 역할을 한다. 과학책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를 읽으면서 도움도 받았다. 곰팡이가 태초의 지구를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 “꾸준히 해왔던 이야기다. 『지구 끝의 온실』이 덩굴식물의 힘에 관한 이야기라면, 『파견자들』은 곰팡이의 힘에 관한 얘기랄까.”
- 명문대 출신 인기 작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고방식 같다.
- “굴곡 없이 잘 풀린 케이스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빈곤을 경험했고 장애가 있다. (김초엽은 10대에 3급 청각 장애 판정을 받았다) 내 작품이 잘 되더라도 항상 거리를 두고 보려고 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에도 그런 성향이 드러나지 않나 싶다.”
- 따뜻한 시선도 느껴진다. 낙관주의자인가.
-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뭘까’ 늘 궁금했다.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과 본래의 냉소적인 면이 섞여 희망을 한 스푼 넣은 디스토피아 소설이 나오는 것 같다.”
- SF소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 “SF를 감상하는 문화적 역량이 축적됐다고 본다. 해외 SF 영화가 국내에서 여러 차례 흥행하다 보니 좋은 SF를 골라내는 감식안이 생긴 것 같다.”
- 한국 SF만의 특징이 있다면.
- “다른 나라 SF 소설보다 좀 더 현실 밀착적인 것 같다. 아주 은유적이거나, 멀리 가는 이야기보다 현실과 가상의 비중을 50대 50 정도로 가져가는 소설이 더 인기가 많아 보인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현실적인 성향이 강해 그런 게 아닐까.”
-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 “공존은 어렵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곰팡이 세상에 푹 빠져서 읽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