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외과 의국(의사가 모이는 방) 출입문에 붙은 문구다. ‘2024 외과 신입 전공의 모집’ 포스터에 수술 모와 수술용 장갑, 마스크를 착용한 의사의 모습과 함께 문구가 적혀 있다.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는 신조어를 응용해 위험한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의사의 자존심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명문 병원 외과 의국의 자존심이 상처받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전공의 모집 때 이 병원 외과는 모집 정원 15명에 9명이 지원해 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병원 관계자는 “기피 과에 대한 전공의 미달 사태가 잇따르면서 모집에 대한 절박한 마음이 (포스터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0명 지원’ 막아라…필수의료 중심으로 씁쓸한 홍보전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일 공식 유튜브에 ‘산부인과 전공의 생활’이라는 제목의 산부인과 전공의 브이로그 동영상을 올렸다. 산부인과는 ▶낮은 수가 ▶소송 위험 ▶저출산 등으로 소아청소년과와 함께 대표적인 기피 과로 꼽힌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전공의 지원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78%(187명 모집에 145명 지원)였다. 세브란스병원도 올해 정원 10명에 4명이 지원해 정원 미달(경쟁률 0.4대1)이었다. 해당 영상에서는 “수술과 내과적 치료를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산부인과의 장점이 언급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세상의 모든 중환(중환자)은 여기로 온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응급의학과 신입 전공의 모집 글을 올렸다. 올해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86%(정원 190명에 지원 163명)다.
“전공의 채우려 ‘온몸 비틀기’”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지원율이 수도권보다 떨어지는 비수도권은 더 절박한 분위기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은 필수의료 전공의에게 수련보조수당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산부인과는 1년 중 15일(평일 기준) 휴가와 평일 24시간 당직 후 24시간 ‘오프(휴일)’를 보장하고 나섰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산부인과·외과 등 비인기 필수과목의 비수도권 지원율은 2014년 71.8%에서 올해 45.5%로 26.3%포인트 하락했다. 경북 내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한 30대 의사는 “인기과로 가거나 자교 병원에서 특혜를 주지 않는 이상 지역 의대 출신이라도 서울 쪽으로 수련병원을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