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국회 예산정책처가 주관한 ‘2024 예산안 토론회’의 핵심 쟁점은 R&D 예산안이었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안을 올해보다 5조2000억원(16.7%) 감축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난 6월 ‘R&D 나눠먹기’ 문제를 처음 꺼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R&D 예산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 대신) 인공지능(AI)·디지털·바이오·양자·우주·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발제자인 최병권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내년도에 R&D예산안이 급격하게 감소되기 때문에 민간의 예측 가능성을 저하시키 않았나 싶다”며 “정부의 R&D감소에 따라서 민간의 대응 투자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전체 R&D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예결위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R&D는 지난 30여년 간 감액된 적 없이 계속 줄기차게 늘어왔고, 2018년부터는 3~4년 만에 10조원이 늘어 30조원까지 올라왔다”며 “그 기간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온 것도 아니고 유니콘 기업을 엄청 만들어 내거나 초격차를 이루는 선도기술을 만들어 낸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면 R&D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송 의원 역시 “(연구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우려에 대한 특단의 보완대책은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계와 야당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국회예산정책처 기준)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만 추구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자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에선 균형재정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도 벗어나 적극적인 지출을 하는 부분이 타당성이 있다”며 국채 발행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훈식 의원도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건전재정 선언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사항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이 없다”며 “성 교수가 건전성을 주장하는 것이 평소 소신이지만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언석 의원은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 정도 늘어났다”며 “정부가 재정을 운용함에 있어서 근본적인 한계점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민주연구원은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예산안,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 토론회서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번 정부 예산안을 보면서 숨이 꽉 막힌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다”며 “지출은 줄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추가적 수요가 있는 부분에 대한 세입을 어떻게 늘릴 건가 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철 조세재정연구원 전문위원은 “지금 긴축 예산을 편성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정부가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