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용산 의식해 발언 번복하고 언론 탓까지
먼저 뼈 깎는 쇄신 매진해야, 당도 흔들기 중단을
인 위원장이 ‘1호 안건’으로 꺼낸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의 대사면 카드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당장 이 전 대표, 홍 시장부터 “불쾌하다”며 반발한다. 징계의 공정성에 문제의식을 품은 당사자들과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던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 당원권이 회복되고, 홍 시장은 총선 출마 계획이 없다. 결국 내년 6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된 김 최고위원만 사면의 효과를 보게 된다. 친윤 정치인의 총선 출마 길을 열어주기 위해 비윤 인사들을 사면 이벤트에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인 위원장이 첫 외부 일정으로 택한 5·18묘지 참배도 마찬가지다. 호남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뜻은 물론 옳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5·18묘지 다녀오는 걸로 ‘호남 챙기기’를 갈음한 이력이 많은 정당이 아닌가. 열악한 제조공장 산업 기반과 복합쇼핑몰 부재까지의 어려운 경제 환경, 학생 수 격감에 신음하는 지방 대학 등 진짜 아픔의 현장을 찾아 민심을 청취하는 진정성이 아쉽다.
인 위원장이 그동안 사회에 기여해 온 삶의 궤적을 감안하면 기대를 접긴 이르다. 그러나 충분한 성찰 없이 불쑥 혁신안을 던졌다가 지도부나 용산의 반발을 의식해 주워담는 식의 행태가 반복돼선 곤란하다. 혁신위 출범의 의미부터 다시 고민하기 바란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채찍을 휘두른 민심에 부응해 당의 환골탈태를 다짐한 기구가 혁신위 아닌가. 인 위원장 말마따나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는’ 수준의 물갈이 공천 틀을 구축하고, 당정 관계를 수평화해 국민이 공감할 쇄신을 끌어내야 한다. 분명 쇄신이 먼저지 당내 통합은 그다음 수순이다. 김기현 대표와 영남권 의원들도 혁신위에 전권을 주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혁신위가 당 지도부나 용산의 반발에 허수아비 존재로 전락하면 총선에서 더욱 무서운 심판이 기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