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 국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건 미·중 무역 규모가 커지면서부터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한 상품을 미국에 수출했고, 이렇게 벌어들인 돈의 안전한 투자처를 찾다 미 국채를 사들였다. 재정·무역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중국의 국채 매입 덕에 금리를 낮게 유지했다.
그러나 2018년 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왕유신 중국은행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정학적 갈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너무 많이 보유하면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며 “금이나 원유 등의 전략 자산을 늘리면 자산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중동·남미 등과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달러 패권을 흔들고 나선 것도 ‘국채 매도’의 근거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미 국채를 팔아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1월 6.7위안에서 30일 7.32위안으로 9.25% 내리는(환율은 상승) 등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중국 대형 부동산 회사들이 디폴트 위기에 몰리고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자 중국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 방어를 위해 국유은행에 달러 매도·위안화 매수를 지시하고, 은행은 이를 위해 미 국채를 팔아 달러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처럼 중국이 단기적(환율 방어)·장기적(달러 견제) 목적을 갖고 미 국채 매도에 나서는 가운데 금리 상승세는 한동안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미 국채 대신 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미 국채) 매도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