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가 목표로 한 결혼식 대관 날짜 선점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 예식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내년 9월달 예약이 오픈됐는데 오직 전화로만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정씨는 "수강신청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실패하면 어떡하나 긴장이 되더라"며 "나는 수십통을 넘게 했는데도 안 됐다. 미리 지인들에게 성공 보수 10만원을 걸고 도움을 요청하길 잘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혼인건수보다 예식장 폐업속도↑…예식장 없어 발 동동
이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예식장의 폐업 속도가 혼인건수 감소를 앞지르고 있는 데다가 그간 결혼식을 미뤄오던 예비부부들이 앞다퉈 식장 예약에 달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0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7월 월평균 전국의 예식장 수는 743곳이다. 2019년만 해도 936곳으로 1000곳에 가까웠지만 팬데믹 이후 폐업하는 곳이 증가하면서 2020년 876곳→2021년 821곳→2022년 778곳→2023년 743곳까지 감소했다. 2019년보다 약 20.6% 감소한 것으로 매년 약 50여곳의 예식장이 없어진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한동안 줄었던 혼인건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7월 월평균 기준으로 볼 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만6000건, 2022년 1만5436건까지 줄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1115건 늘었다.
최소 1년 반 전엔 예약해야…“2년 사이 격세지감”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1년 10월 서울 구로구의 한 4성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모(31)씨도 지인들의 결혼 준비 과정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당시만 해도 예식장에서 '원하는 시간을 다 맞춰줄 테니 꼭 상담을 받으러 오라'며 당부했었는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방은 경쟁 더 치열…공공예식장 요구도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쓸만한’ 공공예식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소정의 대관료를 받고 공공시설을 예식장으로 개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N포(취업, 자산, 집, 결혼 등) 세대’의 삶에 실질적인 지원책을 가동해 미래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 NO포 서울’을 만들겠다”며 서울형 결혼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공공공간을 ‘모두의 예식장’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나치게 낡은 건물이거나 예식장으로 쓸 준비가 안 돼 있어 사용이 꺼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문 예식홀과 비교하면 아직 젊은이들의 취향에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청년들이 예식장 문제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리모델링을 하는 한편 공급 숫자를 좀더 늘리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