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재발견한 것도 있었다. 내용 대부분이 외교안보였다. 아들 부시 대통령과 우정을 쌓은 계기 중 하나가 캠프 데이비드 안 교회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가 기도하는 걸 보고 함께 기도했는데 부시 대통령이 이를 좋게 봤다는 것이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댜오위타이(釣魚臺) 만찬에서 “나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에 대해 잘 모른다. 북한 내부 사정이 좀 복잡한 것 같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재량 많고 환대받는 외교서 보람
하지만 표 주는 사람은 내국인들
국민 삶 직결된 내치 더 신경써야
하지만 표 주는 사람은 내국인들
국민 삶 직결된 내치 더 신경써야
외교안보에 빠져든 건 MB만이 아니다. 대통령 모두 “내각에 위임할 수 없는 사안이 많고,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 아래에서도 국회의 입법권 영역 밖에서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재량의 범위가 넓다”(『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 보니 성취감을 느끼곤 했다. 적대적 반발을 마주하는 내치와 달리, 극진한 대접도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모든 사람이 한국을 칭찬한다. 내 임기 동안에도 외교적인 일로 해외에 나갈 때마다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고 말한 일도 있다. 지금은 더할 것이다.
범인(凡人)들은 알기 어려운, 정상들끼리 통하는 세계도 있다. 의외로 속깊은 얘기가 오간다. 자국 문제를 상의하며 눈물을 보인 정상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더욱이 외교 비중은 커간다. 정상들끼리 더 자주 본다. 10년 전만 해도 한 해에 양자외교를 위한 순방 두세 번에 다자외교 두세 번(UN 총회, 아세안·동아시아정상회의, G20) 정도였다. 이젠 G7·NATO에 가고 양자외교도 수시다. 초대장도 날아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영국에 이어, 12월에 그간 한 번도 국빈방문한 적 없는 네덜란드도 간다는 걸 보면 말이다. 특히 올해는 엑스포 유치전과 맞물리면서 어지러울 정도였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여권이 패배한 이후 윤 대통령에게 달라져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졌다. 동의하며 한 가지를 보탠다. 되는 일이 없어 보이고 지루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국내 문제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는 것을 일하는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정부(부처)가 일을 안(못) 한다고 나무랄 게 아니라 어떻게 정부(부처)를 이끌고 나갈지 숙고해야 한다. 마거릿 대처의 한 참모는 "정치적 용기는 개혁을 실행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실행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헨리 키신저 리더십』)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미완의 회고록 초안(『성공과 좌절』)엔 '대통령의 과제는 무엇일까'란 물음 밑에 이런 단어들이 나열돼 있다. 국방과 외교, 질서, 민생, 정부의 관리와 개혁, 위기관리, 국민통합, 민주주의와 정치개혁. 어느 정도 외교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윤 대통령이라면 이젠 시선을 안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