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이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 활물질을 만드는 우리나라 기업 중 일부의 주가가 급등했다. 테슬라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전통 자동차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급등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우리 배터리 제조사들의 북미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을 것이라고 섣부르게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런 장밋빛 전망에 불붙일 호재가 많았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4680 원통형 전지 양산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론 머스크가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우리나라에 기가 팩토리를 건설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중국의 배터리 전기차 제작사들도 초일류급 외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모든 문제가 해결돼 꽃길만 남은 줄 알았던 북미 전기차 시장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사상 최초의 빅3 동시 파업을 주도하고 배터리 제조사의 가입도 요구했다. 어떻게 보면 비야디(BYD), 테슬라, 현대·기아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배터리 산업과 전기차 산업에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 버틸 수 있는 곳은 배터리 제조사 중 톱 10 정도, 배터리 전기차는 톱 20 정도가 아닐까 한다. 전기차 산업의 생존게임이 배터리 산업으로 번질까 걱정되던 차에, 중국이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고순도 천연·인조 흑연 수출을 통제한다고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2023년이 새드엔딩으로 치닫는 것은 막연한 낙관주의 때문에 준비가 소홀해진 탓도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1944)에 나오는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는 시구의 숨은 뜻은 ‘준비 덕분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닐까.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