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직장 내 남녀 간 임금 격차와 성폭력 문제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직장은 물론 육아와 가사노동에서 24시간 동안 손을 떼는 시위에 돌입했다. 여성인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도 연대의 의미로 집무실을 닫고 내각 회의를 취소했다.
1975년 10월 24일. 당시 ‘파업’ (strike)이라는 단어가 너무 과격한 것이 아닐까 꺼리는 여성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운동가들은 그날을 ‘크벤나프리(Kvennafri)’, 즉 ‘여성 휴무’로 바꾸어 부르며 거리로 나섰다. 48년 전 집회에 참석했던 한 페미니스트 운동가는 호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그날 저녁 레이캬비크 주택가에는 고기 타는 냄새가 진동했어요.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거부하자 남자들이 어쩔 수 없이 요리하다 고기를 태우고 말았던 것이죠.” 지금이야 고기 잘 굽는 남자도 많지만 당시 아이슬란드 남성들에게 요리는 ‘넘사벽’이었나 보다.
하루의 파업으로 사회가 당장 바뀌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몸짓이 여성들이 짊어진 무거운 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일깨우는 데는 한몫 할 것 같다. 호주 등 일부 나라에선 아이슬란드 자매들과 연대해 24시간 파업을 실행하자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한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다만 그런 충격요법을 선택하지 않아도 사회가 보다 평등하게 움직여주길 바라는 마음 또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