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시장 텄다
중동 시장에서 'K-방산'이 '큰 손'으로 도약하기 위한 물꼬도 텄다는 평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43년 만에 채택된 한ㆍ사우디 공동성명에는 "양측은 양국 공통의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및 국제 안보와 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국방ㆍ방산 분야에서 협력과 조정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명시됐다.
실제 대공 방어 체계, 화력 무기 등 분야에서 사우디와의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로,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고 한다. 한국은 카타르와도 '방산 군수 협력' MOU를 체결했다.
실제로 중동은 K-방산의 최대 블루오션 중 하나다. 중동은 그간 미국산 무기에 가장 많이 의존했지만 최근 몇 년 간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 또한 첨단 무기와 기술을 중동에 그대로 넘기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공백을 한국이 공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정세에도 목소리
윤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귀국 후 26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중동 정세가 악화하는 와중에 한국이 역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우디, 중재 외교를 펼치는 카타르를 각각 방문해 정상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인도적 지원 의지를 표명한 건 큰 의의가 있다"며 "사우디가 이 문제를 한국과 논의하고 공동성명에도 포함하기로 합의한 건 그만큼 우리에 대한 신뢰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이 내년부터 2년 임기로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만큼, 한반도를 넘어선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국격에 맞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박 장관은 "중동, 우크라이나 정세뿐 아니라 전 세계의 분쟁·갈등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추진하는 데 있어 목소리를 내고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韓 존재감 높일 적기
중동 지역 안정화에 수십년째 외교력을 쏟는 미국 입장에서도 핵심 동맹인 한국이 새로운 역내 관여자로서 부상하는 상황을 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3국이 중동 지역에서도 각기 다른 측면에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원유의 94%를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 일본의 경우 중동의 안정이 자국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깨닫고 해당 지역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일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에도 미국과 매 순간 밀착하는 것보다는 관련 각국과 발빠르게 소통하며 중재자를 자처하는 '균형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 또한 국익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서 독자적인 존재감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중동을 무대로 한 미ㆍ중 경쟁 국면에 휘둘리지 않고 각각의 카운터파트에 맞춘 한국만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역 분쟁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과 국제 규범 수호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되,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