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저금리 시절 시작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빚투(빚내서 투자한다)' 현상이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다. 레버리지(대출)로 (투자)하는 분이 많은데 경고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최근 2030에서 실거주용 주택구매가 늘어나면서 대출금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서 2030 세대가 주된 구매층이 된 건 이례적인 변화다. 과거에는 시드머니를 축적해 자산이 형성된 40대에서 안정적인 주거 수요가 높아지면서 주택 구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고금리 기조에선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팍팍한 2030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발 물러서 있다가 차근차근 저축해 집을 사려던 2030의 계획이 집값 폭등을 보면서 무너졌다. '그때까지 기다리다간 영원히 집을 못 사겠다'는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늘어나는 이자에 대한 두려움보단 떨어졌던 집값이 곧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부동산 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놨던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34세 이하 대상)이나 청년층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시 장래소득을 반영하도록 한 정책 등이 청년들이 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구조적으로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성세대가 집을 최대한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다 보니 청년층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라이프사이클상으로 노년층은 자산 이전을 통해 빚을 줄여가야 하는 연령이고 젊은 층은 그걸 건네받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노후를 위해 최대한 부동산 가격이 높아질 때까지 버티는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하 교수는 “젊은이들은 그럴수록 몸이 닳아 더 뛰어들게 되고, 예전보다 비싼 값에 넘겨받게 돼 채무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큰 문제는 없다. 2030은 자신의 여건에 맞는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집값 반등이 크지 않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을 때다. 청년층의 소비가 위축되고, 실질 소득 하락으로 결혼·출산도 멀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느슨해진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주거 선택지가 다양화될 수 있도록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거 관련 선택지 다양화는 크게 수도권 쏠림 현상 완화와 주택 공급 확대가 꼽힌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론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부동산 격차, 자산 격차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