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의 상황도 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이더니,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기각’이란 면죄부를 남겼다. 정치적으로 책임 지워야 할 일을 거대 의석수에 취해 사법기관에 넘긴 결과다. 정쟁의 쳇바퀴가 굴러가는 동안 국민의힘도 과감해졌다. 여당은 야3당이 패스트트랙에 올린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사 결과부터 봐야 한다”며 철저히 외면했다.
그 결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조문 심사가 이뤄졌고, 제대로 된 이견 조율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본회의로 넘어가는 12월, 야당이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간호법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용산 대통령실의 눈치만 보는 무능 여당과 “대통령이 거부하면 이득”이란 얄팍한 셈법에 빠진 거대 야당이 도출해 온 최대공약수가 지금껏 그 정도였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에선 변화가 감지된다. 여야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손피켓을 들고 가지 않기로 했다”고 입을 모았다. 본회의장에서 내지르던 고성·야유도 중단하기로 했다. 총선 6개월 전 으레 있는 이벤트거나 31일 대통령 시정연설을 무난히 넘기려는 셈법이겠지만, 아무튼 긍정적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기로 했고, 다른 여당 지도부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여야가 나란히 희생자를 추모하고, 오로지 진상규명·재발방지를 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심사를 재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