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조사의 초점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를 인수하며 시세 조종 등 위법 행위를 했느냐는 것. 지난 19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이 혐의로 구속됐고 김 창업자 소환도 그 연장선이다. 그러나 카카오 안팎에서는 “조사 결과를 떠나, 카카오에 근본적 쇄신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견제가 없다…권한만 준 ‘100인의 CEO’
김 창업자는 “성공한 선배 기업가의 최고 선행은 후배 기업가 양성이며, CEO 100인을 키운다면 성공”(2008년 당시 NHN을 떠나며 한 말)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카카오 경영에서 실행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이어가며,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은 분사해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상장시켰다. 이는 계열사 CEO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고, 급성장의 동력이 됐다.
그러나 김 창업자가 후배 기업가들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준 동시에 견제·감시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35세 나이로 카카오 대표에 발탁됐던 임지훈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와 800억원대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두고 소송 중인데, 소송의 핵심은 본인의 성과급 지급을 ‘셀프 승인’ 했느냐다. 2021년 카카오 새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으로 불명예 사퇴했다. 지난 9월에는 김기홍 카카오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자율을 넘어 결재·보고·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대형 IT업체 임원은 “인맥에 의한 경영진 선임이 계속 이뤄지다 보니 문제 삼아 바로 잡아야할 일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신임만 있고 견제와 긴장이 없으니, 내부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가 반복됐다는 것.
헌신이 없다…‘문제 해결은 누가?’
김범수 창업자는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에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 “안 해야 할 사업을 신속히 정비해 나가겠다”라고 공언했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카카오헤어샵 철수를 위해 526억원을 투입해 투자자 지분을 되사는 등 노력했다. 그러나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현재 144개로, 2년 전(105개)보다 도리어 37% 늘었다.
김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KCH)의 ‘편법 지주사’ 논란도 16년 묵은 숙제다. 2007년 설립된 KCH는 김 창업자(13.29%)에 이은 카카오 2대 주주(10.41%)다. 문제는 KCH의 정관상 사업 목적에 ‘금융업’이 있으며, 주 수입원도 금융(투자) 수익이라는 것.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사인 KCH가 비금융계열사(카카오,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 공정거래법(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고발 조치를 했고, 검찰 수사와 행정재판이 각각 진행 중이다. 지주회사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지만, KCH는 카카오의 최다출자자가 아니므로 법령상 지주회사가 될 수 없다.
이렇게 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난제가 있는데도, 계열사를 한데 모을 구심점은 부족했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IT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계열사 CEO들이 김 창업자와 개별적 인연은 있지만 한자리에 모여 회사의 중대 과제를 논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공통의 목적 없이 계열사의 수많은 가지가 각자 뻗어나가기만 했다는 것. 다수의 계열사와 지배구조 문제는 결국 카카오의 아킬레스 건이 됐다.
기술 리더가 없다…AI 지휘관은 어디에?
지난해 말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후 전 세계 테크 업계는 AI 전쟁에 돌입했지만, 카카오가 하반기 내놓겠다던 초거대 언어모델 ‘코(Ko)-GPT’는 소식이 없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은 자사 클라우드 사업에 AI를 결합한 각종 기업용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카카카오의 클라우드 사업을 맡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2019년 분사)는 올해 조직개편으로 200명 이상 감원했고, 이달부터 희망퇴직을 추가로 받고 있다. 그간 사업 실패로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무리하게 분사를 결정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CA 협의체, 카카오 해결사 될까
업계에선 ‘벤처 1세대’ 주역이자 김범수 창업가와 인연이 깊은 김정호 대표가 조직 개편의 조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아직 비상경영이나 조직 개편 등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라며 “컨트롤타워가 계열사를 지나치게 관리하는 것에 대한 내부의 비판적인 시선도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