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적 연계 계획적 확대하자”
김정은이 직접 ‘백년대계’를 언급하며 지역 및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나가는 방안을 논의한 건 양측이 한반도 문제를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서도 함께 대응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기존에 양측은 ‘전략적 협력관계’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이번에는 ‘전략적 신뢰관계’로 층위를 높여 표현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김정은이 이미 ‘대미 장기전’을 선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수행하며 미국과 대립 중인 러시아와 반미 연대의 공고화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러시아와 장기적 관계 발전을 계획하는 김정은의 속내는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기 위해 푸틴을 ‘후견인’으로 두려는 것일 수 있다.
푸틴 ‘핵보유 후견인’ 삼으려는 김정은
김정은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만나 군사뿐 아니라 정치·경제 분야 협력을 약속했고, 푸틴은 김정은의 초청에 응해 북한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 라브로프의 방북에서도 푸틴 답방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19일 이뤄진 라브로프와 최선희 북한 외무상 간 회담에서도 “조로수뇌상봉에서 이룩된 합의들에 기초해 국가간 관계를 새시대와 현 정세의 요구에 맞게 보다 높은 단계에 올려세우며, 경제·문화·선진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정치·외교적으로 적극 추동하기 위한 실천적 방향과 방도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2024~2025년 교류계획서’도 체결
러시아 외교부도 회담 소식을 전하며 “양측은 아태 지역 상황 악화를 초래하는 미국의 헤게모니 정책에 대항하려는 단호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에 대한 관심 깊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해당 지역 문제들의 정치·외교적 해결에 대한 양국의 의지와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려는 자세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대국민연설에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거론한 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드론과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에 기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과 미 언론들은 북한발 선박이 탄약을 적재한 것으로 보이는 컨테이너를 실고 러시아 항구에 입항했다고 밝혔는데, 대통령이 이를 직접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이 다층적 독자제재 등을 통해 대러·대북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B-52 반발 北 “첫 소멸 대상 될 것”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은 우리 국가의 물리적 제거를 노린 핵선제공격성의 엄중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간주”한다며 “미국은 조선반도가 법률적으로 전쟁상태에 있으며 적측 지역에 기여드는 전략자산들이 응당 첫 소멸대상으로 된다는 데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무력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선제적 핵 사용 요건을 규정한 핵무력 정책 법제화 및 헌법 명기를 다시 언급하며 “미국과 《대한민국》깡패들이 우리 공화국을 향해 핵전쟁도발을 걸어온 이상 우리의 선택도 그에 상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미·대남 업무를 맡는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서지 않고 조선중앙통신 논평의 형식으로 비난한 건 나름의 수위 조절로 볼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