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시나리오만 수십개 될듯
보장 강화보다 지속성이 먼저
“낸 돈 받을 수 있다” 믿음 줘야
보장 강화보다 지속성이 먼저
“낸 돈 받을 수 있다” 믿음 줘야
사실 국민연금개혁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할 첫 번째 수험생은 정부다. 그런데 수험생이 킬러 문항 내 달라고 요구하고 어려워서 못 풀었다는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자칫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 실패를 그대로 따라갈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는 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1안이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인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2안은 기초연금 강화, 3안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 4안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였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과 함께 연금개혁은 동력을 잃고 말았다.
국민연금개혁에는 재정 안정과 보장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가 있다. 대체로 보수 쪽이 전자를, 진보 쪽이 후자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장성 강화 안에 힘이 실렸지만 보험료율을 함께 올려야 한다는 벽에 막혔다. 돌이켜 보면 2019년 경사노위에서 다수 안으로 제시했던 소득대체율 45%와 보험료율 12%를 밀고 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보다는 실업과 출산, 군 복무 시 보험료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거나 납입 기간을 인정해 주는 크레딧 제도를 지금보다 확대함으로써 특정 계층이 실제 받아가는 연금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득대체율 자체를 높여서 사적연금 등으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중상류층에게까지 국민연금을 더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수급 연령을 늦추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정년 연장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다만 청년층 취업엔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도 어렵고 내년 총선까지 앞둔 상황이라 이런 개혁 추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5년 전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당당하게 ‘대안 1번’에 올라갔는데, 고민에 지친 수험생이 선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답안이다.
어려울수록 원칙과 시급성을 따져야 한다. 복잡한 문제는 처음에 생각한 것이 맞는 경우가 많다. 많은 시나리오 중 정부가 단일안을 마련해 국민과 야당에 제시해야만 뭐라도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지난해 0.78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올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장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낸 돈을 나중에 못 받을 수 있다"고 불안해하는 젊은 세대에게 국민연금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