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과목 선택 아닌 실력이 점수 결정할 것”
특히 수학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문과생은 만점을 받아도 미적분을 선택한 이과생보다 표준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이과생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문과 침공’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 과목을 모두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 시험으로 바꿨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의 수능시험은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같은 원점수라도 다른 표준점수를 받게 되는 큰 불공정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가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노력만으로 수능 점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학생이 사회, 과학 시험…학습부담 커질까
국가교육위원회가 심화수학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할 경우, 이과생의 학습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서울의 한 고교 수학 교사는 “심화수학을 모든 대학이나 학과가 우르르 반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합사회·과학은 기존의 선택과목을 단순히 합한 것이 아닌 새로운 과목이라 학습량 단순 비교가 어렵다”며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에서 조금씩 출제되던 2005학년도 이전 수능과 달리 주제별로 단원이 구성돼 있어 다양한 과목이 혼재돼있지만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화수학에 대해서는 “심화수학이 도입되더라도 절대평가로 실시하고 다양한 수학 개념을 장려하는 수준으로만 출제하겠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수능·내신, 특목·자사고에 호재?
내신이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특목·자사고 선호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기존 9등급 체제와 비교하면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2등급은 누적 11%에서 34%까지로 확대된다. 내신 상위 등급을 따기 어려웠던 특목·자사고 학생의 등급이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내신 경쟁 부담이 줄어들며 자사고, 특목고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상위권 학생에겐 특목·자사고 진학이 좋을 수 있지만 중위권 이하에서는 등급 하락의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무조건 특목·자사고에 유리하다 할 수 없다”고 했다.
내신 변별력이 낮아지면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대학이 고교를 못 믿으면 당연히 대학별 고사가 강화된다”며 “최근 고려대가 2025학년도 입시에서 논술 전형을 부활시키겠다고 한 것도 내신 부풀리기 문제로 대학이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을 믿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라고 했다. 입시업계에서는 내신 변별력이 약해지면,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대학 관계자와도 논의했지만, 이 정도 개편안이면 내신의 변별력 문제로 입학전형을 크게 건드리지 않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서울대는 (개편안으로 인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본고사가 부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취지 무색" 우려도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고교학점제를 포기했느냐는 평가도 나온다”며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고교 교육과정 내 과목 개설의 경직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고교 교육과정의 비정상적 운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능이 대부분 고 1~2학년때 배우는 공통과목에서 출제됨에 따라 3학년 때 1학년 과목을 복습하는 등의 학사 파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부총리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1학년에 배치돼있지만 수학이나 국어는 2·3학년 때 배우는 과목들도 수능 범위에 많이 포함돼 있다”며 “향후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학교에서 균형을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