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 주요 안건으로 올랐던 생필품 중 일부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비서실장은 매일 아침 회의 때마다 해당 품목 등 생활 물가의 가격 추이를 확인한 뒤 “당장 수입을 늘려서라도, 가격을 낮출 방안을 살펴보라”는 주문을 내리고 있다. 최근 5% 안팎으로 오른 우윳값과 관련해선 “정작 우유 수요는 줄고 있지 않으냐”며 참모진을 질타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민생의 핵심은 물가”라며 “생활 물가를 중심으로 등락 여부를 매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금리와 환율만큼 우윳값과 양파 가격에 민감히 반응하는 건, 최근 물가 상승 조짐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올랐다.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4.9%)와 가공식품(5.8%) 상승률은 평균을 웃돌았고, ‘금값 사과’란 신조어까지 나온 과실 농산물 상승률은 24%에 달했다. 국제유가도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에 급등 조짐을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유가와 고금리 등 글로벌 변수가 국내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비서실장의 주특기가 다름아닌 물가”라며 “MB정부의 기억 때문인지 물가 관리에 총력전을 주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다만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철학과도 맞지 않고, 수입 확대와 생산구조 개선 등 수급 조절 관여로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란 판단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행이 금리를 연이어 동결하며 발생한 금리 차가 물가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정부 정책이 아닌 통화 정책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난방비와 전기세 등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다. 최상목 경제수석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내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중앙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공공요금에 대해선 서민에 부담과 해당 기업의 건전성을 균형 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