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가속화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약자로 인식된 한국의 위상을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로 꼽힌다. 특히 AI 시장은 각 업체가 잘하는 것을 만들어 ‘협력’할수록 구현할 수 있는 기술·기기가 많아지고,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다.
이성현 대표는 “삼성 스마트폰 두뇌인 엑시노스(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하나에만 100개의 기능 블록이 들어간다. 이걸 한 회사가 다 만들려면 개발 비용만 1000억원 이상 들고, 실패하면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며 “믿고 쓸 수 있는 IP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IP 기업은 세계에 20곳도 안 된다. 검증된 기술의 IP를, 급변하는 반도체 트렌드에 맞게 2~3년 전에 선행 개발해야 해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오픈엣지의 전문 분야는 사람의 섬세한 신경망을 모사한 신경망처리장치(NPU)다. 특히 막대한 정보를 병목현상 없이 NPU에 전달하는 메모리 시스템을 통합 개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시스템 반도체 업체 중 상당수는 우수한 기술 인력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이다. 팹리스 업체인 딥엑스도 마찬가지다. 미국 애플에서 아이폰 AP를 개발하던 김녹원 대표는 ‘AI 반도체를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자’는 제안서를 냈다가 거절당한 뒤 2018년 딥엑스를 창업했다. 최근 딥엑스는 포스코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포스코DX와 의미있는 협업을 시작했다. 포스코DX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인 ‘포스마스터’에 들어갈 반도체를 설계해 완전 자동화에 가까운 AI 공장을 만드는 일이다.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그룹 상무는 “외산 제품과 비교했을 때 AI 알고리즘의 최신성, 연산의 정확도 등 성능이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딥엑스의 칩은 내년 하반기 양산돼 2025년 고객사 제품으로 출시된다. 김녹원 대표는 “우리 기술이 스마트팩토리 반도체 솔루션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이 되면 한국 기업이 AI 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