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개봉한 독립영화 ‘절해고도’(사진)도 닮은꼴이다. 철이 덜 든 ‘어른이’와 10대 딸이 함께 성장하는 가족영화다. 최다 스크린수가 30개에 그치다 보니 ‘천박사…’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극중 사연은 절대 밀리지 않는다.
큰스님에게 “지나가 스님으로서 비전이 있냐” 물으며 뒤늦게 학부형 코스프레를 하던 윤철은 도리어 딸에게 많은 걸 배운다. ‘아빠’ ‘딸’ 대신 ‘처사님’ ‘행자님’을 부르면서다. 동등한 존재로 마주한 딸은 어느덧 아버지보다 넓고 깊게 자라있다. 19살 생일날 “포기하지 않아서, 안 버리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딸에게 아버지는 되묻는다. “제가 행자님을 버릴 수도 있는 겁니까.” 딸은 담담히 아버지가 스스로 생을 등질뻔한 순간을 돌이킨다. 아버지의 방황을 자식이 제 것처럼 지켜보고 있었다. 그걸 알고 난 아버지는 후회막급이다. 섬처럼 지내온 삶이 실은 섬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이 새로운 다리를 놓는다.
두 영화의 주제는 인간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외딴 섬이라도 밀려온 파도가 귀한 인연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