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검찰은 “세월호 선사 계열사들 대표들과 공모해 경영자문료, 상표사용료, 사진대금 등 명목으로 254억 6346만원을 반출한 뒤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유씨 측은 “상표권·사진 판매 계약 관련해 일방적 지시한 적 없다. 정상적 처분의 계약이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도 모두 이행했다. 횡령행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씨 변호인이 증거 인부 여부를 다음 기일로 미루면서 이날 재판은 30분만에 마무리됐다.
유병언 일가의 막내로 미국 거주
2014년 5월 한국 법무부는 미국에 있던 혁기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 혁기씨가 경영비리에 연루돼 있다고 본 것이다. 한동안 행적이 묘연하던 혁기씨는 결국 2020년 뉴욕 남주연방검찰청(SKNY)에 체포됐다. 2021년 7월 뉴욕남부연방법원이 범죄인인도 결정을 내렸지만 혁기씨는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면서 버텼다. 그러나 지난 7월 청원이 기각되면서 9년 만에 국내 송환이 이뤄졌다. 8월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뒤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회장 일가 등 20명은 이미 재판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80)씨는 2010년 2월 기독교복음침례회 재산을 담보로 신협 등으로부터 297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배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다. 유 전 회장의 형 병일(71)씨는 2008년 개인 부동산 구매를 위해 D주식회사 자금을 한 영농조합을 통해 송금받은 혐의(횡령)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이들은 역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7년 9월 서초세무서는 세무조사 결과 세모그룹 계열사들이 대균씨에게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를 포함해 소득을 다시 산정했다며 총 11억30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다. 이에 대균씨는 “2015년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청해진해운에 35억여원, 천해지에 13억여원을 반환했는데도 세무당국이 이를 고려하지 않아 부당하다”며 2019년 3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대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항소심은 2021년 1월 원심을 깨고 대균씨의 손을 들어줬다.
매듭 못 지은 사건도 산적
2015년 대한민국 정부가 유 전 회장 자녀들과 청해진해운 주주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4213억원 구상권 청구 소송은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2020년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유 전 회장의 자녀인 유섬나·상나·혁기씨 남매가 총 1700억여원을 국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 과정에서 국가가 지출한 비용으로 인정된 금액(3723억원) 중 70%를 유 전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구상권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대신 졌을 때 원래의 채무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혁기씨는 추가 기소 가능성도 남아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혁기씨를 기소하면서 “306억원에 달하는 유씨의 추가범행, 125억원 조세포탈 범행을 추가로 기소하기 위해 미국의 동의 요청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부간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인도의 근거가 된 범죄 이외의 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미국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 “2014년 법무부가 유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당시 기재된 유씨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기소했지만, 추가로 입증한 유씨의 범죄사실을 기재해 추후 미국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전태호 세월호일반인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넘었는데 아직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다 이뤄지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참사 10주기를 맞는 내년 전까진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