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가결 후 21시간 만에 처음 낸 메시지였지만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확인된 당내 이탈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 대표는 “강물은 똑바로 가지 않지만 언제나 바다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되면서도 늘 전진했다”고 우회적으로 자신의 소회를 나타냈다. 동시에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며 당무(黨務)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 또한 피력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부족함은 민주당 주인이 돼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달라.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며 지지층의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이 대표는 또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당 차원의 단결도 호소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입장문을 통해 비(非)이재명계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이날 오전 비명계 의원들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책임질 사람은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의 지도부”(이원욱 의원·YTN 라디오)라거나 “지도부가 사퇴해서 통합적인 혁신형 비대위로 가자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의원들이 협의체라도 만들어서 총의를 모아나가야 한다”(김종민 의원·SBS 라디오)며 ‘지도 체제 개편’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비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 입장문을 요약하면 ‘어지간해서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이날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 폭거” 같은 거친 표현으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이틀째 맹비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압도적 지지로 뽑힌 이 대표를 부정하고 악의 소굴로 밀어 넣은 비열한 배신행위가 벌어졌다”며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다. 전 당원 뜻을 모아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모든 행위에는 그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고, 서은숙 최고위원은 “30명의 소수가 윤석열 검사독재와 정치적으로 손을 잡았다”며 “해당 행위를 하고도 큰소리를 친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로 내홍이 격화한 당 상황을 언급하지 않은 걸 놓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 메시지엔 혼란스러운 당을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얘기가 없다”이라며 “(오히려) 자기를 따르고, 부결시켜주고, 밖에서 소리 질러준 당원들에게 ‘힘내달라’는 메시지뿐”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야당 내부를 넘어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둔 정국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야당은 당 대표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민주당 당헌상으로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되지는 않지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면 새 지도체제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무리한 영장청구였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향후 정국 주도권도 민주당이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 대표가 당 내홍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썬 지도부가 가결파를 ‘해당 행위자’로 명명한 만큼 영장 기각 시 이 대표가 이들에 대한 징계 등 강도높은 조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친명계 의원은 “본회의 전에는 부결할 것처럼 ‘연막작전’을 펼쳐놓고 이것저것 협잡을 시도하다가 안 되니까 가결로 뒤통수를 때린 사람들에 대해선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비명계가 ‘피의 숙청’을 당할 수 있다”(수도권 초선 의원)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날 오후에는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 한정애ㆍ진성준ㆍ강선우 등 강서 지역구 의원들도 이 대표를 병문안했다. 강선우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진 후보에게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자기 잘못을 돌아볼 수 있게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