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21일 캠코로부터 받은 ‘국세 체납액 위탁 징수 현황’에 따르면, 캠코는 2013년부터 지난 6월까지 위탁 금액 21조4802억원 중 3323억원만 징수해 징수율이 1.55%에 그쳤다.
저조한 징수율은 기형적인 악성 체납 징수 업무 구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국세청이 자신들이 걷지 못한 세금을 징수 권한도 없는 캠코에 떠넘기는 게 애초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국세징수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세청은 ‘체납자별 체납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또는 관할 세무서장이 징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4조) 캠코에 위탁할 수 있다. 위탁 후엔 국세청은 ‘캠코에 위탁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요구’(8조)할 수 있는데, 캠코는 징수에 성공할 경우 징수 금액의 최대 10%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그런데 캠코는 재산 압류 등 강제 징수 권한이 있는 국세청과 달리 체납자에게 안내문 발송, 전화 상담을 통한 체납액 납부 촉구 등의 업무밖에 수행할 수 없다. 캠코의 징수 담당 인력도 올해 6월 기준 56명에 불과했다. 비유하자면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해당 사건을 수사 권한도 없는 주민센터에 넘기는 구조가 법적으로 10년간 유지돼온 셈이다.
그나마 1%대라도 징수율을 기록한 건 납부 기한 만료로 캠코의 위탁 업무가 해지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상 국세 부과 기간(5년)을 넘은 체납은 불납결손, 즉 징수를 포기하고 국고 손실로 처리된다. 국세청이 넘긴 21조4802억원 체납액 중 납부 기간 만료로 위탁 업무가 해지된 체납액이 15조2743억원이다. 징수 포기로 모수(母數)가 작아지면서 징수율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연간 집계로만 따져보면 ▶2013년 0.18% ▶2014년 0.54% … ▶2022년 0.76% ▶2023년(6월 기준) 0.38% 등 매년 빠짐없이 0%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징수가 가능한 쪽에 집중하기 위해 행정력을 분산하는 것”이라며 “부실 채권 정리,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캠코가 악성 체납의 징수 가능성을 한 번 더 확인해보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 징수는 어떤 공적 사무보다 국가 시스템이 중요한 업무”라며 “이를 다른 기관에 위탁하는 것 자체가 세정(稅政) 문란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외부 기관에 수수료를 주며 위탁하는 것보단, 국세청의 징수 기능을 강화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기대 의원은 “세금 징수는 국세청 본연의 임무인데, 어렵다고 캠코에 떠맡기고 나 몰라라해서는 안 된다”며 “책임감을 갖고 악성 체납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