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 늘어
독일 작곡가 A 슈베르트 눈길
청중의 개별적 취향 만족시켜
베토벤 ‘10번 교향곡’도 완성
독일 작곡가 A 슈베르트 눈길
청중의 개별적 취향 만족시켜
베토벤 ‘10번 교향곡’도 완성
이러한 시도를 한 A 슈베르트는 우리가 잘하는 19세기 가곡 작곡가 F 슈베르트와는 아주 다르게, 생물정보학을 전공하고 디지털을 활용한 파격적인 음악을 시도하는 작곡가이다. 그는 자신의 AI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Av3ry’를 비롯하여 AI 기반의 작품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음악 행사는 ‘AI Song 콘테스트’이다. 구글의 마젠타(Magenta) 프로젝트의 하나로 2020년부터 열린 이 대회는 생성형 AI와 인간이 협업하여 만든 작품을 출품하여 경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2023년 대회가 공지되어 참가 작품을 공모하고 있으며, 11월에 스페인에서 시상식을 개최한다. 2020년 첫 AI Song 콘테스트에서는 8개국에서 온 13개팀이 경쟁을 벌였고, 청중과 AI 전문가가 심사하였다.
당시 수학 및 컴퓨터 과학자, 사회 인류학자, 음악가 등으로 구성된 호주 출신의 팀이 출품한 ‘아름다운 세상(Beautiful the World)’이 1등을 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유로비전 음악을 학습한 AI가 선율과 가사를 창작한 것으로, 인간 프로듀서와 보컬리스트가 편집하고 공연하였다. 호주의 대형 산불에 의해 희생된 많은 동물을 주제로 하여, 자연회복의 희망을 담았다. 2023년에는 어떤 작품이 선정될지 궁금하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AI 작곡모델을 개발하여 전적으로 AI가 창작의 주체가 될 뿐만 아니라, 인간 작곡가와 AI가 협력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 작곡가가 끝내지 못한 작품을 AI가 완성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주목된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스케치로만 남은 베토벤 ‘10번 교향곡’을 AI를 활용하여 완성하는 프로젝트가 시도되었다. ‘9번 교향곡’을 완성할 당시 베토벤은 ‘10번 교향곡’을 구상하였지만 약 40여개의 스케치만을 남기고 삶을 마감했다. 이를 토대로 1983년 영국의 음악학자 쿠퍼(B Cooper)는 1악장과 2악장을 완성하였고, 이제 AI가 3악장과 4악장을 완성한 것이다.
잘츠부르크의 카라얀 연구소장 뢰더(M Röder)를 중심으로 팀이 구성되어, AI에 베토벤 작품과 베토벤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영향을 받은 작곡가의 작품 약 1만곡의 데이터를 입력하여 이를 토대로 AI가 곡을 만든 뒤, 여기서 나온 결과물을 음악학자가 꼼꼼하게 검토하여 최상의 것을 선택하였다. 이 데이터를 다시 입력하여 최종적인 작품의 토대가 완성되었고, 이를 작곡가 발터 베르초바(W Werzowa)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였다.
‘10번 교향곡’은 마침내 2021년 본(Bonn)의 베토벤 생가에서 지휘자 카프탄(D Kaftan)에 의해 초연되었는데, 이 시도는 “베토벤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가는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되기도 하였지만, 반대로 “이것은 베토벤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었다. 유사한 예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작곡가 루카스 칸토르(L Cantor)에 의해 AI와의 협업으로 2019년 완성하여 초연한 바 있다.
이렇게 AI의 음악활동이 다각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은 고무적이다. AI는 청자 개개인의 취향과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음악을 실현하고자 하고,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 예술가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도 한다. ‘인간은 점점 기계처럼 될 것이고, 기계는 점점 인간처럼 될 것이다’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지적처럼, 인간과 기계는 서로 모방하고 협업하고 있다. 앞으로 이 공존을 창의적으로 전개할 때 미래의 음악이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