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미나 부라나’는 골리아드라는 중세 음유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골리아드는 10세기 후반부터 13세기 중반까지 프랑스와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지에서 활동했는데, 상당한 수준의 교육을 받은 학자와 성직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학식을 갖춘 사람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술, 여자, 사랑, 봄, 축제, 도박 등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우리 비천한 인간들은 절대로 운명의 절대적인 횡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운명이 때로는 미소를 보내고 부귀영화를 가져다주지만 곧 변덕스럽게 우리에게서 그것을 빼앗아 간다는 것을.
그런데 이런 한탄조의 가사에 20세기 작곡가 카를 오르프는 아주 역동적인 음악을 입혔다. 그 덕분에 중세의 노래가 현대적인 역동성을 갖게 되었다. ‘오! 운명의 여신이여!’는 듣는 사람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화음을 최대한 배제하고,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 리듬을 계속 반복하는데, 그 느낌이 지극히 현대적이면서도 또 중세적이다.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