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르면 18일 이 대표에 대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병합해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같은 날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두 안건이 함께 본회의에 오르면 ‘체포동의안을 막으려고 해임건의안을 올렸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시점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해임건의안과 내각총사퇴 요구 등 강경투쟁에 돌입한 배경에는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들은 최근 온건파 원내지도부를 향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의원직 총사퇴를 결단하라”고 압박해 왔다. 당 청원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 촉구” 청원은 닷새만인 17일 현재 4만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16일 비공개 의총에서도 강경파 의원은 “원내지도부 투쟁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같은 야당의 폭주엔 정부·여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이 대표 단식이 8일째를 맞았던 지난 7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서 민주당을 자극했다. 이후 김 대표가 지난 14일과 16일 잇달아 페이스북을 통해 단식 중단을 요청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무대응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이미 빗발친 뒤였다. 대통령실은 시종일관 무반응이었다. 17일에도 대통령실은 한 총리 해임건의안 발의 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해임건의 대상인 한 총리가 이날 총리실 간부들에게 “오로지 우리 국민 잘살게 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전언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여야간 대화 창구가 열리기는커녕 양당의 대립은 더 첨예해졌다. “구속을 피해 보겠다고 당 대표는 단식을 시작했고, 겁박당한 의원들은 큰절을 올리며 눈도장 찍기에 바쁘다. 구속을 피하겠다고 정부와 검찰에 총력투쟁을 선포하다니 정말 ‘그로테스크(기괴)’하다”(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바로잡기 위해 야당 대표가 18일째 단식을 이어오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조롱하기 바쁘고, 대통령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정권은 국민 손에 의해 심판받게 될 것”(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란 '닥치고 공격'만 오갔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제1야당이자 원내 다수당 대표가 단식해야만 자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게 무슨 의회 민주주의인가. 또 정부·여당도 (야당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자꾸 말이 날카로워지고 적대감만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 정치에서 정당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양 진영 싸움의 돌파구가 없다”며 “총선 전까지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식 18일째를 맞은 이날 오후 민주당 지도부는 119에 구급차 출동을 요청했으나, 이 대표가 병원 이송을 거부했다. 당 관계자는 “피도 순환이 안 되고 혈압도 낮아졌다. 언제든지 위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에는 김원기·문희상·임채정 등 민주당 원로들이 이 대표를 찾아 입원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