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고용률 사상 최고" 文 직접 꺼낸 반박 보고서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3.09.18 05:00

수정 2023.09.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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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발표한 전 정부의 집값·소득·고용 통계 조작이 정국을 강타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17일 “문재인 정부 고용률과 청년고용률이 사상 최고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근거로 인용한 보고서의 작성자는 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소주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회관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5일 감사원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7~2021년 94회 이상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문재인 정부 인사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꺼내 든 반박 보고서가 실은 문재인 정부 직속 기구에서 소주성 정책을 담당한 인사의 주장이었던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14일 발행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김유선)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공유한다”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 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임금 불평등 대폭 축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실제 문 전 대통령이 링크를 공유한 해당 보고서를 보면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23쪽짜리 페이퍼는 ▶‘고용률은 2022년 62.1%로 사상 최고치 갱신’ ▶‘2018년과 2019년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 비중과 임금불평등을 축소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끌어올리는데 긍정적 영향’ ▶‘주 52시간 상한제로 장시간 노동은 줄고 실노동시간은 단축’ 같은 평가로 가득찼다. 
 
부정 평가는 ‘비정규직 규모는 2017년 843만명에서 2022년 900만명으로 57만명 증가했다’는 게 거의 유일한데, 그마저도 ‘코로나 위기로 증대된 불확실성에 기업이 비정규직 사용으로 대처한 점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공언한 ‘비정규직 제로(0)’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건 외부 요인 탓이란 얘기다.
 
이런 보고서를 쓴 김유선 이사장은 소주성 설계자인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후임으로 2020년 12월부터 문 전 대통령 퇴임 때까지 소주성특위 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김 이사장은 줄곧 소주성을 긍정 평가해온 대표적인 소주성 예찬론자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사진은 선임연구위원 시절인 2017년 4월 17일에 촬영. 중앙포토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건 잘못”(2021년 5월 송영길 대표)이란 내부 반성문이 쏟아지고, 지난 3·9 대선 때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후에도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평가와 과제: 소주성을 중심으로’(지난해 3월 30일)라는 토론회를 열어 ‘소주성이 경제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김 이사장의 주장과 달리 민주당은 지난해 8월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이란 문구를 삭제하며 발을 뺐다.
 
국민의힘 최현철 상근부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난데없이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공유하고선 자화자찬 중”이라며 “이제는 전 정부의 통계를 있는 그대로 믿을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고 논평했다. 이어 그는 “난데없는 자화자찬일랑 그만두고 국가의 근본을 뒤흔든 ‘통계 조작’에 대해 먼저 대답하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