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3일 해당 법안을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18일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은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 전송하게 하는 게 핵심 골자다.
의료법 21조에 따르면 ‘의사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 진료기록 또는 조제 기록부를 열람케 하거나 사본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는데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은 이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법사위 수석 전문위원실·법제처도 정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정신건강복지법은 의료법 21조에도 불구하고 보호의무자의 열람 및 사본 발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의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업무 지침’에도 다른 법 규정에서 의료법 21조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논의가 공전하는 사이 소비자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청구상 불편 등으로 보험 가입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이 연평균 약 2760억원 규모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3997만 명이며 연간 청구 건수는 1억 건에 이른다. 1건당 서류가 4장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4억장의 종이가 낭비되는 셈이다. 금융소비자연맹·소비자와함께 등 8개 단체가 연합한 소비자단체협의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특정 이해기관들의 이익적 측면이 아니라 오로지 3997만 명 실손보험 가입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권익증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의료계 4개 단체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전송거부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