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에 불타는 유다 벤허가 말들을 채찍질하며 절규하듯 노래 부른다. 숙적 메셀라가 그를 바짝 쫓아오며 고삐를 당긴다. 두 대의 전차를 이끄는 8마리의 말이 힘차게 발을 구르고 무대 뒤로는 현란한 콜로세움의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막이 오르면 웅장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테일하게 재현된 콜로세움의 성벽, 귀족 벤허 가문의 저택, 로마 신전의 돌기둥 등이 시대극으로의 몰입을 돕는다. 로마 병사들의 화려한 갑옷과 투구,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싸우는 검투사들의 전투복, 로마 귀족들의 우아한 드레스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극의 하이라이트는 유다와 메셀라가 전차 경주를 하는 장면. 실물 크기의 구체 관절 말 8마리와 두 대의 마차를 원형 회전 무대에 올려 실감 나게 무대를 구현했다. 회전 무대와 전차의 움직임에 따라 유기적으로 디자인된 콜로세움 영상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전차 경주 신이 탄생했다.
로마의 함대가 해적 습격을 받는 장면에도 영상을 활용했다. 반투명한 스크린에 바다가 요동치는 장면을 투사한 것이다. 실제로 배가 움직이지는 않지만 배에 물이 들어차 아수라장이 되는 영상이 겹쳐지면서 무대가 흔들리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극은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벤허가 메셀라와의 대결을 앞두고 부르는 넘버 '살아야 해'가 이번 공연에서 사라지며 "충분한 설명 없이 서사가 급전개돼 아쉽다"거나 "전차 경주 씬에서 말들이 느리게 움직여 박진감이 부족했다"는 평도 있다. 재연 당시 '벤허'의 대표 넘버 '살아야 해'는 가문이 패망한 이후 유다가 복수를 다짐하며 부르는 노래다.
슈퍼주니어 규현, 신성록, 박은태가 주인공 유다 벤허 역을 맡았다. 벤허의 숙적 메셀라 역에는 이지훈, 박민성, 서경수가 발탁됐다. 박은태와 박민성은 '벤허' 초연과 재연에도 같은 역을 맡아 호연했다. 공연은 11월 19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