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흔히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푸드 마일리지가 적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푸드 마일리지는 농·축·수산물이 생산된 이후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다. 1991년 영국의 소비자 운동가이자 런던시티대학교 교수인 팀 랭에 의해 창안됐다.
갓 수확한 재료에서부터 음식이 만들어져 우리 식탁 위로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에너지의 손실과 낭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확 후 관리 과정에서는 운송 중 어류의 사멸, 과채류의 농익음, 미생물에 의한 부패와 변질이 일어나며, 가공 포장 과정에서는 폐기되거나 제거되는 부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유통 판매 과정에서는 취급 부주의에 의한 부패와 변질, 파손 등은 물론,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폐기가 일어나고, 최종 소비과정에서는 각 가정에서 저장 중 부패 및 변질하거나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생겨나는 걸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막대한 에너지가 아무렇지 않게 낭비되고 있는 거겠다.
현재 전 세계는 환경 문제는 물론, 식량 전쟁이라 불릴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 소비 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인구 증가와 곡물 재고량 급감, 중산층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우유와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의 수요 폭등, 그리고 저개발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선진국 식량 소비를 충족하는 데 소비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우리 식탁 자체를 단지 맛으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올바른 식생활 문화가 들어서야 할 때다.
필자가 회사의 구내식당에 문의해 본 결과, 오늘 식단 중 불고기는 호주산이었고, 참치는 베트남산, 오징어는 페루산이었다. 이를 마일리지로 환산하니 약 2만7000㎞의 거리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를 200㎞ 이내로 줄여 우리 식탁 마일리지를 건강하게 개선하는 운동을 시작했으면 한다. 로컬푸드의 긍정적인 효과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 거리가 짧아 더 신선하고 맛이 좋으며, 지역 내 자급자족을 통해 지역 경제 또한 활성화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푸드 마일리지를 낮추면 농산물이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이산화탄소, 연료 등의 자원 소모를 함께 줄일 수 있다.
가수 배일호의 ‘신토불이’ 노래 가사를 보면, ‘쌀이야 보리야 콩이야 팥이야, 우리 몸엔 우리 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영화 속 혜원은 겨울에는 눈밭 속에서 뽑아낸 배추로 만든 배춧국과 팥설기를, 봄에는 꽃을 곁들인 파스타를, 여름에는 크림브륄레와 떡볶이를, 그리고 가을에는 밤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이 모든 음식은 분명 도심 속 어딘가에서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적어도 그 재료만큼은 계절 따라 변하는 따뜻한 햇볕과 차가운 이슬, 시원한 바람과 촉촉한 눈과 비를 맞으며 탄생하는 거였다. 모든 사람이 그녀처럼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생활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식탁에서만이라도 자연과 함께하는 식생활로 푸드 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다면, 자연과 환경, 이 지구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우리 생활 또한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