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최씨의 금메달은 본인도 처음엔 “환호하는 선수단이 장난하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예상 못할 ‘깜짝 수상’이었다. 수상 후 만난 그는 “사실 처음 제대로 실내 조정을 탄 게 오늘 처음이었다”며 “(주종목인) 핸드 사이클종목 안에서 비슷한 인터벌 작업이 굉장한 도움이 됐을 뿐 실내 조정은 훈련 중 한국에서 약 40초간 에르고미터를 타본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선수 1명 당 2∼3개 종목에 중복 출전하는 인빅터스 게임 특성상 핸드 사이클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전국체전에서도 핸드 사이클에 세 번 정도 참가해 모두 꼴지를 기록했다”며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쓸 수 있는 근육의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다음 기회가 되면 역도를 한 번 해볼까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안양시에서 장애인인권센터를 운영하는 그는 본업 역시 전문 선수와 거리가 멀다. 최씨는 “사고 후 1996년에 상병으로 전역하고 7년간 재활에 매달렸다”며 “20대 청년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군대를 가는 구조에서 나처럼 좌절하는 사고를 겪은 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나’라고 계속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가 아는 걸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최씨는 이날 자신의 금메달 획득에 대해 “장애냐, 아니냐를 떠나 체육을 통해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게 돼 가장 기쁘다”고 평가했다. “장애라는 건 생활 서비스가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일 뿐”이라는 그는 “장애는 어쩔 수 없이 가지는 거라 답답하고 (마음에)맺히는 부분이 꽤 많을 수밖에 없다”며 “뭔가에 열심히 몰두하다보면 우리가 정책도 제안할 수 있고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주은(30)씨는 같은 종목 4분 경기에서 은메달, 1분 경기에서 동메달 각각 하나씩 따냈다. 2019년 8월 29일 해병대 중위로 경기 김포시에서 근무하던 그는 쉬는 날 예초기로 갈대 제거 작업을 하다가 지뢰 폭팔로 왼발을 잃었다. 사고 후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사건 부상 장병인 하재헌 예비역 육군 중사를 만났다는 이씨는 그와의 친분으로 2021년 조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에도 군 생활을 계속했다”며 “그러나 장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다 군인의 꿈을 접고 다친 군인을 돕는 일이 내 뜻과 더 맞는 것 같아 지난해 2월 전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실내 조정 종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한태호 선수단장은 “내년 국내 상이군경 체육대회에 실내 조정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해 선수 육성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인빅터스 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