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비급여 처방 절반 이상…2위 여드름치료제, 1위는

중앙일보

입력 2023.09.13 11:04

수정 2023.09.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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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료진이 비대면진료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석 달 동안 이뤄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비급여 의약품 처방이 절반 이상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급여 의약품 중에서도 사후피임약 처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비대면 진료 3개월 보니…비급여 절반 이상 

대한약사회는 13일 이같은 내용의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약사 회원 1142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은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뤄졌다. 비급여 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항목을 뜻한다. 
 

사진 대한약사회

비급여의약품 처방 질환(중복 응답 가능)을 살펴보면 사후피임약(34.6%)이 가장 많은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드름 치료제(24.7%)와 탈모 치료제(22.2%), 기타(11.4%)가 그 뒤를 이었다. 비만 치료제는 7.1%였다. 
 
조사에 응한 약사들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어려움을 묻는 항목에는 “처방전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30.3%)고 가장 많이 답했다. “환자 본인 확인이나 사전 상담 등 행정업무가 늘어났다”(27.6%)는 의견이 다음이었다. 제도화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으로는 ▶약 배달 확대(25.6%) ▶민간 플랫폼에 마케팅 허용(24.9%) ▶여드름·탈모 등 고위험 비급여약 처방 허용(19.0%)이 차례로 꼽혔다. 


시범사업 기간 현장에서 체감하는 비대면 진료 참여는 많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전을 받아봤는지 물었더니 ‘없다’고 답한 비율은 39.1%였다. ‘월 15건 이하’는 53.6%였다. 이 둘을 합치면 92.7%에 이른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이제 첫발을 뗀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더 관찰해야 할 것”이라며 “약 배달 확대나 민간 플랫폼 업체의 과도한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입법화 논의 과정에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청회 14일 개최…초진 허용 범위 논의될 듯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초진(첫 진료)을 야간·휴일·연휴에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재진이 원칙이다. 섬·벽지 등 예외적인 초진 가능 지역도 전국 의료 취약지로 확대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초진 제한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복지부는 오는 14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고 각 관계자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업체마저 초진 제한 방침에 따라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환자를 위한 정책 방향이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