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인데 1.9만명 북적북적…노인 38% 시골에 선수들 몰린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3.09.07 10:40

수정 2023.09.07 11:26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충북 보은군은 해발 430m, 폭 5m 황톳길로 조성된 왕복 14㎞ 말티재 꼬부랑길에선 야외 체력 훈련을 할 수 있다. 사진 보은군

폭염 기간 1만9000명 보은서 전지훈련 

인구 3만1168명, 이중 노인 인구가 38.6%를 차지하는 충북 보은군이 전지훈련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7일 보은군에 따르면 지난 7월~8월 사이 하계 훈련 목적으로 보은을 방문한 선수단은 154개 팀, 1만9132명으로 집계됐다. 1월~8월까지 전지훈련을 온 선수단 규모는 보은군 인구보다 많은 3만2899명에 달한다.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 이상)를 훌쩍 넘어선 시골 마을에 여름마다 체육 선수단이 북적거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전지훈련 방문은 폭염이 심했던 7·8월에 집중됐다. 7월에 대만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을 시작으로 한국여자프로농구 심판부, 펜싱꿈나무, 육상꿈나무, KBO야구캠프 등 6개 종목 70개 팀이다. 연인원 집계 방식으로 8697명이 방문했다. 8월에는 세팍타크로 국가대표팀, 실업육상팀, 실업씨름단, 대학야구팀, 초등육상팀 등 6개 종목 84개 팀 선수단 1만438명이 보은을 찾았다. 보은군은 이 기간 선수단 방문으로 숙박과 식당·관광·교통 분야 등 소비 효과가 16억원 이상인 것으로 분석했다.

충북 보은군 스포츠파크 실내 체육관에서 선수들이 씨름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보은군

속리산 인근 1~2도 낮아…군청엔 ‘전지훈련팀’ 

보은군은 선수단이 많이 찾는 이유로 편리한 교통 접근성과 서늘한 기후 조건, 체육 인프라를 꼽고 있다. 보은은 국토 중심에 있어 고속도로를 타고 전국 어디서나 2~3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대표 관광지인 속리산 인근은 타 지역보다 기온이 1~2도 낮아 지도자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짜기 수월하다고 분석한다.


 
인구 대비 과도하다 싶을 만큼 잘 갖춰진 체육 시설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군은 스포츠산업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2010년 군청에 ‘전지훈련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선수단 섭외와 생활 지원, 전국대회 유치 등 업무를 전담한다.

 
2016년 보은읍 21만㎡ 부지에 295억원을 들여 보은스포츠파크를 만들었다. 이 스포츠단지에는 야구장, 결초보은 체육관, 실내야구연습장, 인조잔디 야구장 2면, 실내 씨름 연습장, 풋살구장, 육상경기장, 축구장 3면(인조잔디 2곳, 천연잔디 1곳)이 있다. 588㎡(178평) 규모 헬스장은 선수 100명을 동시 수용할 만큼 넉넉하다.

충북 보은군을 방문한 펜싱 선수들이 하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보은군

여름마다 선수단 북적거려…두 달간 소비 효과 16억원 

해발 430m, 폭 5m 황톳길로 조성된 왕복 14㎞ 말티재 꼬부랑길에선 야외 체력 훈련을 할 수 있다. 세팍타크로 국가대표팀 정장안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스포츠 인프라가 잘 갖춰진 보은을 또 방문했다”며 “보은 전지훈련을 통해 지난 7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등 값진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지훈련이 잦다 보니 전국대회 개최도 잇따르고 있다. 추계 전국 중고·초등 육상대회, 전국 민속씨름 대회(5월), 전국 초등야구대회, 우슈 국가대표 선발전, 전국 유소년클럽 축구대회, 허재 아카데미 유소년 농구대회 등 8월까지 23개 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예정된 전국 규모 대회는 34개에 달한다.

 
황성수 보은군 전지훈련팀장은 “한팀이 전지훈련을 오면 20~30명씩 최소 일주일 동안 보은에 머물면서 소비를 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된다”며 “선수단에게 말티재 레포츠 단지 할인 혜택(주말 10%, 주중 50%)과 대장간 체험, 작은 영화관 무료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