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육사의 건학 정신은 항일인가, 공산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것인가. 창학 정신으로 볼 때 육사는 ‘항일 군정(軍政) 대학’이 아니다. 미국 육사에서도 ‘미국 10대 패전사’ 과목에서 ‘1950년 한국의 겨울 전쟁’을 필수로 가르치는데, 지난 정권 동안에 한국 육사가 한국전쟁사를 필수과목에서 제외했을 때 창학 정신은 무너졌다. 그들이 설령 북침설을 믿는 무리였더라도 한국전쟁사는 필수과목으로 가르쳤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육사 교과목까지 바꾸나. 그 당시의 국방부 장관과 육군 참모총장, 육사 교장은 누구였나.
독립유공자 서훈(敍勳)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홍범도 장군의 행적에는 없었으면 좋았을 흠결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공산주의 운동이 독립유공자로서 흠결은 아니지만, 없었던 일로 덮어둘 수도 없다. 그러니 품위 있는 장소로 이전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여기에서 덮자. 안 나설 사람은 나서지 말자. 그것이 국민화합의 길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