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흥남 계장 文부친도 친일파냐" 文측 "해방 뒤, 고발할것"

중앙일보

입력 2023.09.06 13:46

수정 2023.09.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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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친은 (일제시대)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했는데 친일파가 아니냐”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 발언은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을 주장한 야당 의원 발언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백선엽이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한 건 특별법과 국가정부가 운영하는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이라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박 장관은 우선 “진짜 밤새워 토론하고 싶다. 국가가 역사적 진실을 규정할 수 없다고 본다”며 “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과 그 위원회라는 것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위원회고 당시 구성이 거의 10대 1 정도로 편향된 인사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어 “백선엽이 스물몇살 때 친일파라고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인 문용형 그분도 거의 나이가 똑같다. 그 당시 흥남시 농업계장을 했다”며 “흥남시 농업계장은 친일파가 아니고 백선엽 만주군관학교 소위는 친일파냐. 어떤 근거로 그렇게 한쪽은 친일파가 되어야 하고 한쪽은 친일파가 안 되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의 부친은 1920년 함경도 흥남시에서 태어난 후 흥남시청 농업과장으로 근무하다 1950년 한국전쟁 흥남철수작전 때 남한으로 피난했다.


백선엽 장군은 1920년 평안남도 강서에서 출생해 일제 만주군 소위로 임관했고 6·25전쟁 때 1사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박 장관의 발언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에도 고성을 주고받으며 격론이 벌여졌다.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지금 장관님께서 너무 오버하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재호 의원도 “비교를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다. 논쟁을 자꾸 만드는 게 장관님은 즐겁고 좋으냐”고 질타했다. 또 “어느 정권이든 5년 만에 끝난다. 장관이 정권에 충성하는 자리인가”라며 “장관은 장관답게 행동하는게 맞다. 이 자리에서 누구누구 비교하면 논쟁만 된다”고 꼬집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 부친이 일제시대 관직을 했는데 우리가 친일이라고 한 번이라도 공격한 적 있느냐”고 맞섰다. 이어 “박 장관은 백선엽이 친일이라고 한다면 문 전 대통령 부친도 친일이냐고 되물은 것”이라고 박 장관을 옹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 장관 발언을 두고 ‘악의적인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곧바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전 대통령 부친이 ‘친일파’라는 박 장관 주장은 완벽한 거짓”이라며 “문 전 대통령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하신 것은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의 일”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는 문 전 대통령 책 『운명』에도 상세히 나와 있는 만큼, 박 장관이 모르고 이런 주장을 했을리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박 장관 발언은 고인에 대한 대단히 악의적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박 장관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