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분양 일정이 무더기로 연기되고 있다. 동작·성동구 등 비강남권에선 분양 단지가 잇따르며 청약 열기를 달구고 있지만, 강남권에선 분양이 바싹 말랐다. ‘강남권에 대어가 쏟아진다’던 연초 분위기와 딴판이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초 올해 강남권에서 분양 일정을 잡은 아파트는 9곳이었다. 일반분양 물량은 총 2322가구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양한 단지는 ‘0가구’다. 4개 단지는 내년으로 밀렸고, 나머지 5곳도 연내 분양될 지 미지수다.
그나마 연내 청약이 유력한 단지는 두 곳 정도다.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이 이르면 이달 중 올해 강남권 첫 분양에 나서고,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는 오는 11월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청약 대기자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청약 기다리다 목 빠지겠다” “내 집 마련 계획이 어그러졌다” 등의 글이 올라온다.
분양 연기는 일차적으로 설계 변경 같은 절차적 문제에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 분양가를 좀 더 높게 받으려는 조합의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통상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높이길 원한다. 분양가가 올라야 주민 부담이 주는 구조여서다. 그런데 최근 공사비가 많이 뛴 반면, 강남권은 분양가 상한제에 걸려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조합이 사업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치솟은 공사비를 보존하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려는 조합이 많다”며 “일부는 최근 집값이 오른 만큼 분양 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강남·서초 아파트 일반분양가로 3.3㎡당 6000만~7000만원을 예상한다. 국내 재건축 단지 중 분양가가 가장 비쌌던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3.3㎡당 5653만원)보다 최대 1000만원 이상 높다. 불어난 공사비가 반영된 전망치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시장 상황이 좋아진다는 전제 아래 분양 일정이 늦춰지면 분양가가 3.3㎡당 몇백만원 더 오를 수 있다”며 “수요자 입장에선 자금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청약 경쟁은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가에 분양하더라도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낮은 데다, 전용 85㎡ 이하 물량 일부가 추첨제 몫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분양가와 상관없이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젊은 층이나 1주택자도 강남권 단지를 분양받을 길이 열려 분양가가 올라가도 청약 수요는 몰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