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의 조국에 대한 사랑이 무슨 소용이었겠는가. 그 스스로는 공산당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공산당에 가입한 경력이 있는 여성과 결혼을 했으며, 마찬가지의 경력이 있는 친동생을 두고 있었다. 전쟁 시작 전 손을 뗐으나 노조 문제에 관여하기도 했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유대계였던 그의 적은 나치였고, 미국과 소련은 동맹이었으나 이 사실은 선택적으로 잊혔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인물 중에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보안 담당자였던 존 랜스데일도 있었다. 1943년 당시 스페인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육군 장교로 임관하는 데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상관들에게 비방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최근의 히스테리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 나는 1940년 당시의 공산주의자들을 현재의 공산주의자들과 똑같이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히스테리의 징후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1954년의 히스테리는 스크린에 생생히 재연되고 있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