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비극 재발 막아야” 전국 추모 물결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참석한 전직 교사 이모(40)씨가 한 말이다. 그는 2년 전까지 충남교육청 소속 한 초등학교 교사였다. 또래 여학생에게 성적 농담을 일삼고,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 6학년 남학생 제자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부모가 되레 ‘아동학대’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학교 측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씨는 “학교와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사건을 숨기느라 급급했다”며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고 온 날 가해 학생으로부터 ‘그때 죽어버리지 그랬냐’라는 글을 받았다. 1년 동안 자신을 되돌아보는 도덕 교과목 작문 시간에 답안지로 낸 글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이 충격으로 2021년 7월 교사를 그만뒀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지금도 치료 중이다. 그는 “최근 공론화한 교권 침해 사례는 교사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거나, 운 좋으면 안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배 교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고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앞 교사들 “교사 죽음 방치 말라”
교육부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교사 죽음 방치 말고, 진상을 규명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자신을 20년 차 초등교사라고 밝힌 여성은 연단에 올라 “교육부는 대외적으로 교사를 위한답시고,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교사를 향해 법적으로 징계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며 “학생권과 교육권이 함께 지켜질 수 있게 법 개정을 비롯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학생권과 교육권 공존 대책 만들어라”
전교조 울산지부·울산교원단체총연합회·울산교원노동조합 등은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시교육청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광주지역 추모행사는 이날 오후 5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 전남지역은 오후 4시 30분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개최했다. 행사 참석 인원(주최 측 추산)은 광주 3000여명, 전남 1000여명으로 파악됐다.
광주교육청은 광주시민협치진흥원설립추진단에서 추모 행사를 열고, 전남교육청은 민원실 앞에 추모공간을 설치했다.
교대 학생도 “교권 보장” 촉구…온라인 추모공간
공주교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현직 교사들이 진행하는 집회의 뜻을 이어받아 전국 교대에서도 예비교사들이 동참하자는 취지”라며 “교사의 교권이 보장되어야만 학생이 진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참교육학부모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인 일은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다“며 ”학교에서는 그 누구라도 약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교 재량휴업, 단축 수업
일부 학교는 재량휴업을 결정했다. 울산 1곳, 광주광역시 6곳, 충남 7곳, 세종시 8곳 등이다. 각 교육청은 49재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연가나 조퇴 등을 낸 교사 수는 별도로 파악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추모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교사들 마음에 공감한다면서도 연가·병가 등을 내고 단체행동을 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