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7~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하루 일정으로 베트남을 찾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인도와 베트남 방문이 기대되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렇다. 기대된다”고 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 때 나올 것으로 보이는 양국 관계 격상 발표는 대(對)아시아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 중 하나”라고 전했다.
조약으로 맺은 동맹국이 없는 베트남은 다른 나라와 ▶포괄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등 세 가지 형태로 양자 관계를 맺어 왔다. 미국과 베트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3년 7월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베트남은 양자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통상 수년이 걸린다고 한다. 양국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면 두 번째 단계를 건너뛰고 10년 만에 최고 수준의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되는 셈이다.
“10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 발표”
미국은 이번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공략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지난달 1일 발행한 ‘미국의 대중 정책에서 동남아를 우선으로 삼아야’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2020년 전 세계에서 중국의 제1 교역국이 됐고, 지난해 기준 중국과 아세안의 교역 규모는 연간 9750억 달러로 곧 1조 달러 시대를 연다.
보고서는 “동남아에서 중국의 발자취는 폭넓고 깊고 다면적이며,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고 진단했다.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선택이 과거 전쟁 상대국이었던 베트남이 된 셈이다.
경제 교류 이어 안보 협력 확대될 듯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반중 정서가 강한 곳이다.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 왔고 중국 해안경비대ㆍ해양민병대와 국지적 분쟁을 겪고 있다. 지난달 초 할리우드 영화 ‘바비’에 중국이 자국 영해라며 그은 ‘구단선’이 등장하는 장면을 문제삼아 극장 상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베트남 찍고 대중 포위망 퍼즐 완성
중국도 베트남을 더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베트남 권력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총서기장을 초청해 베이징에서 만나기도 했다. ‘시진핑 황제 대관식’ 후 첫 외국 정상급 인사의 중국 방문이었다. 그러자 미국은 한 달 뒤인 11월 베트남을 환율관찰대상국에서 해제했고, 이후 올해 4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7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잇따라 하노이를 방문하는 등 양국 우호 시그널을 꾸준히 발신했다.
미국에서도 베트남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WP는 사설을 통해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는 베트남과 손잡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향하는 민주주의ㆍ인권 기반 외교와 어긋난다는 점을 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베트남의 (미국과 다른) 정치 체제를 존중할 것이지만 베트남 지도자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견제구를 던졌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제로섬 게임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제3자를 겨냥해선 안 되고 지역의 평화·안정·발전·번영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