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보고회엔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한 20여 명이 참석했다. 최치원 기념관 건립부지 검토, 주요 시설, 전시·교육·체험 등 공간 구성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총 사업비 약 150억원이 투입되는 최치원 기념관 건립 사업은 대지면적 9950㎡, 건축면적 600㎡ 규모로 향교와 서원 등 전통건축 양식으로 설계될 계획이다. 사업 착수부터 완공까지는 5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최치원 태어난 곳”…기념관 짓는 경주
문제는 이미 전국 곳곳에 최치원 관련 시설물이 여러 개 조성됐다는 점이다. 경북 의성, 경남 함양, 경기 남양주 등이 저마다 최치원과의 인연을 내세우면서 기념 시설을 건립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도 최치원기념관이 있다. 이 때문에 경주가 건립을 추진 중인 최치원 기념관이 다른 시설과 차별성을 띨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낭비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2019년 최치원문학관(단촌면 구계리)을 건립한 경북 의성군은 최치원이 시무 10조를 지어 신라 개혁을 추진했지만 집권 세력 반발로 이루지 못하고 관직에서 물러나 전국을 유람할 때 의성 고운사에 머물렀던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의성·함양·남양주…저마다 인연 내세워
경남 함양군에는 최치원역사공원(함양읍 교산리) 내에 역사관, 최 선생 호를 딴 고운기념관 등이 있다. 역사관은 일대기, 문학, 사상을 정리한 공간이고 고운기념관은 영정이 있는 곳이다.
최치원이 진성여왕에게 시무 10조를 올린 시기에 그는 천령군(현 함양군) 태수로 재직 중이었다. 함양군은 최치원이 태수 시절에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강물을 돌리고 둑을 쌓은 뒤 나무를 심어 현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숲인 ‘상림’을 만든 업적과 애민정신을 기리고자 공원을 만들었다.
경기 남양주시에는 경주최씨 후손들이 2016년 자체적으로 건립한 최치원기념관이 있다. 3636㎡ 부지에 기념관 본관과 동재(자료전시관), 서재(문서보관실·접견실), 삼문, 편의시설 등 부속시설이 조성돼 있다.
이밖에 경남 하동에는 최치원이 비문을 짓고 글씨를 쓴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국보 제47호)가 있고, 경북 문경에도 최치원이 비문을 지은 ‘문경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비’(국보 제315호)가 있다. 충남 보령에는 최치원이 글을 짓고 그의 사촌인 최인곤이 글씨를 쓴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국보 제8호)가 있다.
국내보다 앞서 중국은 장쑤(江蘇)성 양저우(楊州)시에 2007년 최치원기념관을 만들었다. 최치원은 당나라 때 반란군 황소(黃巢)를 토벌하자는 ‘격황소문(檄黃巢文)’을 썼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