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음악 축제는 한날한시에 사람들이 모여야 하잖아요. 티켓을 팔아야 하고, 다 모여야 하고 거기에서 자고 먹고. 그런데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환경까지 지나온 지금은 축제의 개념 자체가 바뀔 거라 봅니다. 공연예술의 시간과 공간 개념이 달라지는 실험을 시작하는 거예요.” 위도보체의 자문을 맡은 김승근 서울대 음대 국악과 교수의 설명이다. 21년 전엔 통영국제음악제의 재단 설립자이자 초대 사무국장으로 음악 축제의 기틀을 잡았다. “이런 개념 변화에 답이 있지는 않지만 물음을 던지는 거죠.”
지난해 전북 위도에서 시작한 위도보체
"한날 한시에 모이지 않아도 되는 신개념 문화 축제"
20세기의 음악 축제를 봐왔던 사람들이 단번에 이해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위도에 청중이 한꺼번에 가지 않아도 된다. 섬에는 8000만~9000만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대월습곡이 있다. 큰 달처럼 둥글게 휘어진 지층의 거대한 단면이다. 소프라노 임선혜가 여기를 거닐며 헨델의 노래 ‘달콤한 고요’를 불렀다. 이걸 녹화해 편집한 동영상이 있다. 대월습곡에 설치된 작은 표지판에 QR코드가 있다. 대월습곡에 가서 코드 사진을 찍어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서울에서도 유튜브로 영상을 볼 수 있다.
위도의 주민들이 모여 쉬는 치도리 정자에서 음악가들이 모여 ‘섬집 아기’를 연주하고 불렀다. 이 영상도 위도의 자연 풍광과 함께 편집해 영상화 됐다. 치도리 정자 앞에도 QR코드가 있다. 또 위도 주민이 부르는 ‘배치기 소리’를 영상화 했다. 어민들이 고기를 잡으러 나가며 풍어를 기원하는 노래다. 이처럼 축제의 현장에 청중이 한꺼번에 머물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삶과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지역과 외부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한다.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소수의 방문객을 받았다. 제한된 수의 아티스트, 300명 미만의 관객이 초청됐다. 디지털로 섬의 멀티미디어 투어를 제공했고, 위도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아카이브를 제작했다. 올해는 아예 방문객 없이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