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에 매몰되기보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습 경험을 쌓고 싶었던 김씨는 실망이 컸다. 특히 김씨는 “학생 수가 없어서 폐강됐다는 얘기는 들어도 교수가 없어서 폐강됐다니 어이가 없었다”며 “이번 학기 수강 계획뿐만 아니라 취업 계획도 꼬인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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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에서 시작된 교수 구인난이 서울권의 유명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재양성이 시급한 IT 분야 교수 구인난이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경희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은 지난해와 올해 인공지능 분야 교수 정기 채용에 실패해 추가채용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당초 계획했던 빅데이터 응용, 머신러닝 등 강의 운영에도 차질을 겪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는 최모(24)씨는 “학생 수요보다 강좌가 부족하다 보니, 수강신청이 하늘의 별 따기”라며 “복수 전공으로 타 전공 학생들까지 넘어오는 데 교수는 늘지 않으니 매번 강좌 수가 부족하다고”고 말했다.
교수 구인난의 심각성은 양보다 질에 있다. 해외 박사학위‧최상위 SCI급 논문 등 고스펙 박사학위자들의 지원 자체가 줄고 있다는 게 대학들의 이야기다. 정부의 ‘반도체 전공트랙 사업’을 지원받는 홍익대의 한 관계자는 “첨단 IT 분야 교수 채용 경쟁률은 최소 6:1을 넘길 정도로 높지만 대학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을 때도 잦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장기간에 걸친 등록금 동결을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교수 처우 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프트웨어 전공 교수는 “교수된 지 15년이 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봉이 거의 같다”며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기업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26)씨는 “기업에 가면 연봉이 훨씬 높아지는데 그걸 포기하고 교수가 될 정도의 유인책이 부족하다”며 “돈이 많이 드는 연구를 할 환경이 마련돼 있다는 것도 기업 연구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급증한 것도 대학들이 구인 경쟁을 체감하는 수위를 높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단기간에 집중 투자에 나서면서 대학들은 인공지능대학원, 반도체중심대학 등을 경쟁적으로 신설 또는 확대하고 있다. 김형석 세종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은 “얼마 전 채용한 인공지능 분야 교수가 불과 몇 달 뒤 다른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많은 대학이 인공지능 학과에 대한 투자를 키우다 보니 경쟁이 격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문형남 한국AI교육협회장(숙명여대 교수)은 “구인 경쟁은 정부가 집중 투자하는 일부 대학들의 이야기”라며 “소외된 대학들은 재정적 한계로 인해 더욱 교수 채용에 나서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을 반복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