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제 선거에선 거대 양당 때문에 비판의 대상만 되고 말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9년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이 주도해 도입됐는데, 제도를 반대했던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까지 위성정당을 창당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여전한 거대 양당 구도였고, 정치 불신만 커졌다.
양당, 권역별 병립형 비례 공감
잇속 타협에 정치 다양성 외면
적대적 공생 막을 제도 찾아야
잇속 타협에 정치 다양성 외면
적대적 공생 막을 제도 찾아야
양당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 4당 등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성 증진, 대표성 강화라는 선거제 개혁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지지율이 높은 거대 양당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에 비해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한다. 영남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일부 비례 의석을 얻어 지역 구도를 다소 허물 수 있다. 소수 정당이 특정 권역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으면 비례 의석 확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선거제도 전문가들은 “병립형에선 권역별로 비례의원을 배분하더라도 소수 정당의 의석 확보 확률은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양당은 위성정당의 유혹을 막으려면 준연동형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당은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 입장으로 제안한 적이 있다. 결국 스스로 후퇴한 셈이다. 일부 시뮬레이션 결과 이 제도를 시행하면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얻는 의석보다 민주당이 영남에서 얻는 의석이 많게 나왔다. 반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민주당에 불리했다. 양당이 각자 손해날 제도를 거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를 거치는 동안 국민의힘과 민주당 계열의 거대 정당은 극단적으로 대립하기 일쑤였다. 양당의 충돌은 진영 간 대립으로 이어졌고, 지난 대선 역시 초미의 접전으로 끝났다. 대선 이후에도 서로에 대한 공격과 반대가 일상화했을 뿐 타협은 찾아볼 수 없다. 균형추나 중재자 역할을 할 세력 조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언급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는 극한 대립을 보노라면 거대 양당 기득권에 제동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제도 전문가들은 지역구 정당득표율보다 의석을 더 많이 얻은 정당을 비례 의석 배분에서 제외하고, 정당 득표율 대비 지역구 의석이 적은 정당부터 ‘보정 의석’을 순서대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 대안까지 이미 내놓고 있다. 위성정당 역시 양당이 핑곗거리로 삼는 대신 대국민 선언을 하고 만들지 않으면 될 일이다. 아무리 '마이너스의 정치'를 해도 주류에서 밀려날 일이 없는 정당들이 '적대적 공생'을 이어 가지 못하게 하려면 선거제 개편을 두 당의 야합에만 맡겨둬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