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지난달 29일 잔여 경기 일정을 발표했다. 미편성된 50경기와 우천순연 경기 등을 포함해 총 116경기의 스케줄을 확정했다. 일정표를 받아든 구단 관계자들과 감독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2경기씩 치르는 더블헤더가 10차례나 편성됐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엔 더블헤더가 일상이었다. 메이저리그처럼 3연전 첫 경기나 두 번째 경기가 취소되면 무조건 다음날 더블헤더를 했다. 정규시즌 경기 수가 80게임에 불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경기 수가 144게임으로 늘어난 2015년부터는 가능하면 더블헤더를 하지 않았다. 더블헤더는 선수들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데다 구단 입장에서도 큰 손해다. 관중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TV 시청률도 크게 떨어진다. 지난해엔 더블헤더 경기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장마가 길어지면서 더블헤더 편성이 불가피해졌다.
KIA는 비교적 선발 투수진이 탄탄한 편이다. 양현종·이의리·윤영철과 외국인 투수 2명으로 5인 로테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체스가 팔꿈치 인대, 이의리가 어깨 부상을 입었다. 이의리는 단순 염증이지만, 산체스는 3주 이상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항저우아시안게임도 KIA에겐 큰 변수다. KBO 결정에 따라 9월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정규시즌이 계속되는데 KIA는 대표팀에 이의리·최지민·최원준을 내줘야 한다. 2주 이상 이의리와 최지민이 빠지면 투수진 운용이 힘들 수밖에 없다.
더블헤더 편성으로 한숨을 내쉬는 건 KIA뿐만이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도 9월 9일 고척돔에서 한화와 더블헤더를 치른다. 우천취소 경기가 없는 고척돔에서 더블헤더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비로 인해 취소된 경기가 없는데 우리도 더블헤더를 해야 한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KBO는 형평성을 근거로 댔다. 모든 팀이 최소 한 번 이상의 더블헤더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천 취소’ 경기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을 10월 11일 마쳤는데 올해는 최소한 10월 중순은 돼야 시즌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정규시즌 일정이 순연되면서 한국시리즈가 11월 중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