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언은 지난 2003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이 장·차관을 앞에 두고 한 발언이다. 장관더러 언론과 싸우라고 독려하는 이 낯선 장면은 즉각 '언론과의 전쟁 선포'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귀 기울이는 대신 거꾸로 대응 수위를 점점 더 높였다. 2007년 5월 재경부(현 기재부) 출입기자단 180여명이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과 취재원 접촉을 막기 위한 기자 출입 제한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 노 대통령은 "언론이 터무니없는 특권을 주장하는데, 일부 정당과 정치인까지 이에 영합하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브리핑룸에 더해 기사 송고실 폐지까지 지시했다. 임기 내내 공개적으로 언론을 타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김영삼 정부 시절 25건에 불과했던 언론중재 신청을 752건이나 했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16건의 정정·반론보도 청구를 했을 정도다.
언론 적대 국민 이분한 참여정부
그시절 생각나는 전투적 발언
정제된 언어로 갈등 줄였으면
그시절 생각나는 전투적 발언
정제된 언어로 갈등 줄였으면
물론 답답한 윤 대통령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수 의석을 무기 삼아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아 온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여기 발맞추는 듯한 일부 친 민주당 언론이 가세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또다시 국익을 해치는 반일 선동에 나섰으니 화가 날 법도 하다. 하지만 "1+1을 100′이라고 하는 이런 세력들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는 식의 거친 발언은 비단 민주당뿐만 아니라 그저 일상과 건강을 걱정하는 보통 사람들까지 등 돌리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쯤에서라도 멈췄으면 좋겠는데, 요즘 대통령이 신뢰한다는 장관들의 행보를 보면 요원하다.
이 정부 장관들은 다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저질스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향해 "나는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걸겠느냐"고 되받아쳤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모범사례로 보는 모양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잇따라 "장관직을 걸겠다"는 전투적 발언을 쏟아내니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 등 성과도 적지 않았지만 언론과 대립하고 끊임없이 국민을 편 가른 탓에 노동개혁 등 국정의 주요 고비고비마다 제대로 된 국민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했다.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김건희 여사가 좀 나서줬으면 좋겠다. 비단 윤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아무리 최측근이라도 대통령 뜻에 거스르는 고언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서 보다 정제되고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섬세한 언어로 소통하도록 조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