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지에 위치한 온천장은 반쯤 지하에 묻혀 전면만 드러난다. 벽과 바닥의 주재료는 얇게 켠 편마암으로 이 지역의 전통 민가인 샬레(chalet)에 흔히 쓰던 재료다. 건물 전면에 뚫린 개구부를 통해 험준한 바위산과 초원에 흩어진 산장들의 마을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재료부터 풍경까지 지형과 건축이 일체가 되었다.
내부의 벽들도 모두 예의 편마암 적층이고, 여기에 담긴 온천수 증기에 천장 홈에서 퍼진 빛들이 어른거린다. 춤토르의 의도대로 ‘바위 속에서 온천수가 솟는 태고의 풍경’이 만들어졌다. 거의 종교적 공간에 가까운 온천 체험은 곧 세례와 치유의 경험이 된다. 리조트 안에 최근 지은 ‘건축가의 집’의 객실들은 춤토르와 구마 겐코, 모포시스,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스위스 산골 태생의 춤토르는 고향과 그 인근 지역에 소수의 소규모 건축만 남겼으나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가다. 그의 모든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으며, 테르메 발스는 그나마 대형 작품에 속한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