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5.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5월 3.3%, 6월 2.7%, 7월 2.3%까지 내려왔다. 특히 지난달 상승률은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처럼 둔화하던 물가 상승 폭의 '확대 전환' 전망엔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반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4%포인트에 달했다. 주요 품목 상당수가 '플러스'(+)의 기여도를 나타낸 것과 대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이어지던 1년 전보다 휘발유 가격은 22.8%, 경유는 33.4%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넘게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달 기름값은 1년 전보다 떨어졌지만, 지난달에 비해선 하락 폭이 크게 줄었다. 25일까지 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710.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내렸고, 경유(1559.7원)도 17.9% 하락했다. 이러한 가격 변화와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등을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이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0.47%포인트 수준이다. 다른 품목 물가도 봐야 하지만 휘발유·경유만으로 한 달 새 0.9%포인트 가까운 물가 하락 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다음 달도 이어질 수 있다. 중국발(發) 위기 영향으로 국제 유가 상승세는 최근 주춤하지만, 여전히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글로벌 수요 확대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진 에너지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유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 8~9월엔 (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오르면 소비 감소 등 내수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추석 연휴 종료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안정, 지난해 4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10월부턴 물가가 다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추 부총리는 22일 국회에서 "10월이 지나가면 다시 2%로 돌아와 내년까지 평균 2%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8∼9월 3%대가 될 가능성이 있고, 그 뒤부터 천천히 떨어져 내년 하반기쯤 2% 중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