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기업이 입주해 있는 산업단지는 60년간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제조업 생산의 62.5%, 고용의 53.7%를 담당한다. 하지만 전통적 제조업에 치중됐거나 노후산단(착공 후 20년 이상)이 증가하고, 카페·편의점·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쌓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첨단·신산업 입주와 투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산단 내 반도체·디스플레이·정보통신기기 기업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이어진 경직된 입주 업종 제한을 푼다. 산단 조성시 결정된 입주 업종은 5년마다 재검토하면서 산업 변화 등에 맞춰 조정하기로 했다. 업종이 확립되지 않은 신산업은 전문가 기구를 통해 업종·입주 가능 여부 등을 빠르게 판정한다. 또한 제조업을 지원하는 법률·세무·금융 등 서비스업의 산업용지 입주도 가능해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에 섬유 등으로 업종이 제한됐던 구로디지털산단도 IT·지식 산업 등이 들어오면서 지금처럼 완전히 탈바꿈했다. 산단 규제 개선 효과가 당장은 안 보여도 나중엔 구로처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개발계획 변경 없이 토지 용도를 산업용에서 지원용으로 바꿀 수 있는 면적 상한을 확대한다. 산단별 3만㎡에서 최대 10만㎡까지 늘리는 식이다. 편의시설용 토지 위에 주차장, 체육·문화시설 등을 빠르게 확충하도록 정부의 '산단환경개선펀드' 예산 규모도 키운다. 민간 투자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발 이익 부담도 조정해줄 예정이다. 그 밖엔 지역특화형 브랜드 산단 조성 등 지자체에 산단 정책 수립·추진 권한도 더 많이 이양하기로 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공장 하나 더 짓는 것보다 근로자들의 편의성·정주 여건을 높이는 게 산단을 살릴 수 있다. 편의시설 등이 충분히 공급되면 산단 기피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규제학회장)는 "정부의 직접적 지원을 늘리기보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쪽으로 가는 건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경제 성장을 위해선 첨단·신산업뿐 아니라 전통적 제조업, 그리고 산단 밖 기업을 위한 규제 개선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