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팬덤과 친명계 정치인, 유튜버가 어떻게 결합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사건 뒤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것이 지금 70년 역사의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적었다.
유튜브 내 ‘친명 생태계’는 갑자기 구축된 게 아니다. 이 대표 측은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유튜브를 관리해 왔다. 이 대표는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허위사실공표 무죄 판결이 나온 나흘 뒤 이동형TV에 1시간 30분가량 출연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 중이던 2021년 8월에도 이동형TV에 출연해 이낙연 후보측을 겨냥해 “정치인 자질·역량과 관계없는 것들을 자꾸 문제 삼는 건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새날과 김용민TV 인터뷰에 여러차례 응했다. 당시 이 대표 경선 캠프는 유튜버 명단을 만들어 직·간접적으로 관리했다고 한다.
최근엔 각종 유튜브 채널에 이 대표 대신 정청래·박찬대·장경태·이해식·김병기·민형배 등 친명 의원들이 번갈아 출연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검찰 수사, 체포동의안 표결, 혁신안 등 당내 주요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팬덤 입맛에 맞는 논리를 제공해 환호를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친명계 원외 인사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도 유튜브다. ‘박시영TV’(구독자 44만명)는 최근 ‘위너 프로젝트’란 코너를 만들어 총선 경선에 나설 예정인 친명계 원외 인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과 강위원 전 경기농수산진흥원장이 출연했다.
지난 20일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국회에서 연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1차 전국대회’ 행사는 친명계 유튜브 채널 13곳이 동시 중계했다. 현장에선 “혁신안을 전 당원 투표로 통과시키고, 공천에서 현역을 물갈이하자”는 요구가 분출됐다.
유튜브 팬덤과 친명계의 결합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표를 둘러싼 유튜브 환경은 축소지향적이고 동원적이라는 게 특징”이라며 “이 대표를 소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마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는 게 특히 위험한 요소”라고 말했다.
‘개딸’로 불려도 평균 52.3세…권리당원 절반 2021년 이후 가입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은 6월말 기준 245만4332명다. 대구광역시 전체 인구(235만6416명)보다 많다. 2008년 2만3233명이었던 당원 숫자는 2016년 28만7114명으로 늘었고, 온라인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증가폭이 빨라졌다. 특히 전체 당원 가운데 47.2%(115만8423명)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로 부상한 2021년 이후 입당했다. “현재 민주당은 DNA의 절반이 바뀐 ‘이재명의 민주당’”(당직자)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분포는 2014년엔 호남(42.5%)·수도권(35.6%) 순이었는데, 현재는 수도권 당원이 42.1%로 호남(33.3%)보다 많아졌다. 평균 연령은 52.3세로, 50대 비중이 29.6%로 가장 높다. 지난해 대선 전후로 20대 여성이 대거 가입했다고 해서 민주당 권리당원이 ‘개딸’(개혁의 딸)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개이모’와 ‘개삼촌’이 주축인 셈이다.
중앙일보는 최근 민주당 권리당원 5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 12일 ‘촛불승리 전환행동’ 주최 촛불집회나 14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인 당원이다.
①지킴이 자처 = 이비인후과 의사 우모(60)씨는 지난해 12월 권리당원이 됐다. 우씨는 “이태원 참사를 보고 윤석열 정부에 너무 실망했다”며 “국민을 지켜주는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보고 싶어서 당비를 1만원씩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해 중견기업 사장을 지낸 윤모(75)씨는 은퇴 직후인 2016년 탄핵 정국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윤씨는 “내 주변은 다 기득권층이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기득권 유지만 신경 쓴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상당수는 자신들이 바라는 대통령이나 당대표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당 활동을 한다고 했다. 요가학원을 운영하는 홍모(57)씨는 “이 대표가 대선 때 너무 근소한 차이로 졌다. 그때 비통함은 말로 할 수 없다”며 “그에게 힘을 주려면 당원이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 대의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주변) 열에 여덟은 이재명 때문에 들어왔다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②김어준도 기득권 = 윤석열 정부만큼 기존 민주당 정치인도 불신의 대상이다. 86세대인 박모(57)씨는 “민주당은 그래도 민주세력이 지탱하고 만들어왔는데, 지금 ‘수박’의 행태는 그들의 옛 ‘타도 대상’과 똑같다”며 “정치 자영업자들이고 세금충(蟲)”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가 여러 차례 자제를 요청했던 문자 폭탄도 이들은 정당하다고 항변했다.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당 대표 입장과는 다른 다수 당원의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 그건 당내 기득권들이 뼈를 깎는 개혁·쇄신에 나서라는 것”(의사 우모씨)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민주당 혁신위 조사에서 민주당 정치인의 비호감 이유로 당원들은 ‘무능’에 이어 ‘기득권’을 꼽았다. 심지어 일부 당원은 방송인 김어준씨도 기득권으로 분류했다. “지금 말하는 수박들은 김어준이 많이 만들어줬다”(75세 윤씨)는 이유에서다.
③직접 참여=평일에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최모(29)씨는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요구하며 농성하면 퇴근 뒤 방문해서 응원했고, 지난 11일엔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 재판도 직접 방청했다.
‘대의원제 개편’에 호응하는 것도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홍씨(요가학원 운영)는 “당원은 1표인데 대의원은 60표 가치를 행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고, 윤씨(은퇴)는 “5선이고 10선이고 경선하라는 혁신안은 정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중앙일보는 최근 민주당 권리당원 5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 12일 ‘촛불승리 전환행동’ 주최 촛불집회나 14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인 당원이다.
①지킴이 자처 = 이비인후과 의사 우모(60)씨는 지난해 12월 권리당원이 됐다. 우씨는 “이태원 참사를 보고 윤석열 정부에 너무 실망했다”며 “국민을 지켜주는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보고 싶어서 당비를 1만원씩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해 중견기업 사장을 지낸 윤모(75)씨는 은퇴 직후인 2016년 탄핵 정국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윤씨는 “내 주변은 다 기득권층이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기득권 유지만 신경 쓴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상당수는 자신들이 바라는 대통령이나 당대표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당 활동을 한다고 했다. 요가학원을 운영하는 홍모(57)씨는 “이 대표가 대선 때 너무 근소한 차이로 졌다. 그때 비통함은 말로 할 수 없다”며 “그에게 힘을 주려면 당원이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 대의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주변) 열에 여덟은 이재명 때문에 들어왔다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민주당 혁신위 조사에서 민주당 정치인의 비호감 이유로 당원들은 ‘무능’에 이어 ‘기득권’을 꼽았다. 심지어 일부 당원은 방송인 김어준씨도 기득권으로 분류했다. “지금 말하는 수박들은 김어준이 많이 만들어줬다”(75세 윤씨)는 이유에서다.
‘대의원제 개편’에 호응하는 것도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홍씨(요가학원 운영)는 “당원은 1표인데 대의원은 60표 가치를 행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고, 윤씨(은퇴)는 “5선이고 10선이고 경선하라는 혁신안은 정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